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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식물보험 사진 찍고, 식물위령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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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식물 유튜버 아피스토의 식물에세이다. 사무실 공간 반 이상을 수초와 열대식물, 정글플랜츠 등으로 채운 이야기를 본인이 직접 편집출판했다. 일러스트레이트도 직접 작업했다. 책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채워졌다. 식물이 아플 때 초심을 다잡기 위해 ‘식물보험’ 성격으로 건강할 때의 사진을 찍어 놓거나, 죽어 나간 식물의 이름표를 모아 위령비를 만들기도 한다. 건물 11층에 식물로 덮힌 이상한 곳이 있다는 소문에 사람이 몰리자 1년에 걸쳐 아예 공간 전체를 식물방으로 조성하기도 했다. 값비싼 희귀식물 정보보다는, 꾸준히 오래 키울 수 있는 애정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이른바 식물집사 이야기도 가득하다. 재개발예정단지에서 유기식물을 구조하는 작가, 집 마당에 100년 된 팽나무를 가꾸는 남자 등 식물에 얽힌 사람 이야기를 전한다.

[책 한 모금]식물보험 사진 찍고, 식물위령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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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동짓날, 건물의 공용 난방기가 고장났습니다. 열대식물은 특히 겨울에 취약한데, 이 한파가 며칠 더 계속되다가는 식물들이 모두 냉해로 죽을 판입니다. 저는 임대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장님, 식물들이 너무 춥네요. 빨리 난방 공사를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고, 지금은 돈이 없는데 석유난로를 들이면 어떨까요?”

‘오피스텔 건물에, 그것도 11층에 석유난로라니….’

- '정글의 공생' 중에서


사라왁은 틀림없이 보르네오섬에서 유명한 식물수집가이거나 식물계의 큰손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중에는 링가, 자바, 수마트라, 칼리만탄 씨도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의 이름에 강한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름이 타일랜드, 베트남, 페루 씨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저의 무지함을 깨닫게 되었죠. 사라왁은 식물계의 큰손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에 위치한 주(州)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 '나의 열대, 나의 사라왁' 중에서

저는 테라리움의 오래된 잎들이 누렇게 되면 잎을 떼어내 버리지 않고, 그 잎들을 잘게 잘라 다시 흙 위에 뿌려둡니다. 자연에서 낙엽이 썩으면서 영양분을 만드는 부엽토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이지요. 비록 인위적인 순환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지만, 죽은 잎을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는 일 정도는 타향살이하는 식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입니다.

- '테라리움의 잎이 시들면' 중에서


처음식물 | 아피스토(신주현) 지음 | 미디어샘 | 248쪽 | 1만7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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