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면서 금융사들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일본 은행주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BOJ가 긴축기조로 전환할 경우 기준금리가 올라 은행들이 얻을 수 있는 이자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30년간 제자리를 맴돌던 임금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은행주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일본의 에버리치 자산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유타카 우다는 BOJ가 이르면 연내 초저금리 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으며, 일본 은행들의 주가가 향후 18개월 동안 두배 가량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에버리치 자산운용사는 올해 일본 상장사들에 투자하는 펀드인 '일본 성장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은행주 비중을 대폭 늘렸다. 일본의 금융지주인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그룹과 미쓰비시UFJ 파이낸셜 그룹의 주식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각각 69.69%, 75.38%가 늘어났다. 해당 펀드의 총 자산 규모는 1억800만달러(1433억1600만원)로 올해 들어서만 3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경쟁사 펀드 가운데 수익률 기준 상위 2%에 들었다.
일본의 투자자문사인 아톰 캐피탈 매니지먼트도 BOJ가 지난해 12월 수익률곡선제어정책(YCC)의 장기금리 변동폭을 종전 ±0.25%에서 ±0.5%로 확대한 이후 일본 은행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츠지야 아츠코 아톰 캐피탈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은행주들은 주가 대비 장부가치 비율이 낮기에 앞으로 주가가 30%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증권의 파생상품 전략가인 타카다 마사나리는 "투자자들이 현재 은행주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서 은행주 비중을 높이는 건 BOJ가 내년 상반기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종료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어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계열사인 금융정보서비스 퀵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의 29%는 내년 봄철 임금협상 이후인 4~6월 사이 BOJ가 정책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BOJ가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전환할 경우 단기금리를 -0.1%로 유지하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철폐될 가능성이 높아 기준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이 얻는 이자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0년간 제자리를 맴돌던 기업들의 임금이 상승할 조짐을 보이는 점도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올해 임금 인상률은 평균 3.58%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1.51%포인트 상승했다. 평균 인상률이 3%를 넘은 것은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임금 상승은 가계의 소비를 늘려 기업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이는 은행들의 대출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타카 에버리치 자산운용사 CIO는 "일본이 견고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3년 안에 BOJ가 인플레이션을 2% 미만으로 낮추긴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필요하면 (은행주의) 비중을 더 늘릴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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