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해진 두번째 프리즈 서울…7만명 방문
주요 미술계 인사들 대거 방한…국내 인사들과 교류
다양한 기획전 호평·유망 작가 대거 포진
"불황일수록 진짜 컬렉터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번 키아프리즈 기간 동안 서울에서 만난 컬렉터들은 자신만의 독보적 식견을 가진 애호가들이었다."
전 세계 미술계가 주목한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키아프 서울이 10일 키아프 폐막으로 마무리됐다.
두 행사가 처음으로 함께 열렸던 지난해보다 올해 페어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다소간 움츠려 있던 미술계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수만 명의 관람객이 서울에서 벌어진 미술 축제를 만끽했다.
10일 프리즈와 키아프 측에 따르면 이날 폐막한 키아프엔 지난해보다 15%가량 늘어난 8만여 명이 방문했고, 이보다 하루 앞서 폐막한 프리즈 방문객도 7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앞서 개최된 싱가포르의 아트SG(4만3000여 명)와 일본 겐다이 도쿄(2만여 명)를 압도하는 숫자이며, 아시아 최고의 미술 행사인 아트바젤 홍콩(8만6000여 명)과 비견할 수준이라는 평가다.
프리즈가 공개한 갤러리의 주요 판매가를 살펴보면 타데우스 로팍이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을 120만달러(약 16억원)에, 스푸르스 마거스가 로즈마리 트로켈의 '더 블루스'를 130만유로(약 18억원)에 각각 판매했다.
하우저 앤 워스는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을 125만달러(약 17억8천여만원)에, 라시드 존슨의 회화를 97만5천달러(약 13억원)에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워너에서는 구사마 야요이의 그림이 580만달러(약 7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국내 갤러리는 국제갤러리가 박서보 작품을 49만∼55만달러(약 6억5천∼7억8천만원)에 판매한 것을 비롯해 하종현, 함경아, 이광호 등 한국 대표 작가 작품을 다수 판매했다.
갤러리 현대는 이성자의 작품 2점을 40만∼45만달러대에 판매했다. 학고재 갤러리의 변월룡과 하인두 작품 역시 각각 1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해외 갤러리들은 한국 미술 시장과 컬렉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닉 시무노비치 가고시안 갤러리 아시아 시니어 디렉터는 "한국 컬렉터들의 식견이 대단히 높다"면서 "한국 미술계는 분명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시내 스푸르스 마거스 시니어 디렉터 겸 아시아 총괄은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있고 컬렉터들의 질문도 더 진지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다양한 연령대와 취향을 지닌 컬렉터들이 여러 작품에 대해 문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서울 전체에서 엄청난 성원과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면서 "이 관심들이 주요 해외 갤러리는 물론 새롭게 참여한 갤러리들의 매출 달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키아프 서울에는 5일간 총 8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프리즈 폐막으로 키아프에만 입장할 수 있었던 10일에는 입장권만 6000장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최 측은 실제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약 15% 늘어난 수치로 이는 국내 미술시장의 활기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판매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국제갤러리는 우고 론디노네 작품을 24만∼28만8000달러(약 3억2000∼3억8000만원)에 판매했다. 론디노네의 소형 수채화 '매티턱' 연작은 첫날 10점 모두 팔려나갔다. 갤러리 현대는 첫날에만 라이언 갠더 작품을 2만5000∼9만파운드(약 4000만∼1억5000만원)에 여러 점 판매했다.
중형 화랑들은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작품을 판매했으며, 신진 갤러리 옵스큐라는 VIP 프리뷰 때 배병우 작품을 2억원에 판매했다.
키아프 참여 작가를 홍보하고 지원하기 위해 올해 신설된 '키아프 하이라이트'상 수상 작가로는 이유진, 리정옥, 분페이 카도가 선정됐다. 이들에게는 창작 지원금 1000만원이 수여됐다.
지난해 프리즈로 관객과 컬렉터가 쏠리는 현상은 올해 확연히 완화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해를 반면교사 삼아 차별화에 나선 각 갤러리도 전략적 기획으로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들고나왔다. 접근성이 좋은 소형 작품들을 다양하게 소개한 중형 갤러리들과 신진 작가들을 다수 포진시킨 신생 갤러리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또한, 축제 기간 전후로 서울 전역에서 개최된 다양한 미술 행사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밤낮없이 이어졌다. 서울 한남동과 청담동, 삼청동의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는 아트페어 기간 동안 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관객을 맞았다. '청담 나이트'와 '삼청 나이트' 때는 갤러리 일대에서 파티를 즐기며 전시를 관람하는 특별한 시간이 이어졌다.
주요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방한해 미술계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이들에게 한국 미술의 현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MoMA),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LA카운티미술관(LACMA),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미술관 등 미국의 유명 미술관을 비롯해 영국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과 일본의 모리 미술관, 홍콩의 엠플러스(M+) 미술관 등의 관계자들이 아트페어를 전후해 한국을 찾아 미술관과 갤러리, 작가 작업실 등 한국 미술 현장을 둘러보고 국내 미술계 인사들을 만났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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