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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시간 논스톱 회의 끝 초안만 15개…G20 공동성명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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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이 핵심이었던 공동성명 논의
"'中 견제' 미·유럽, 印모디 위상 신경 써"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마무리한 가운데 이를 위해 물밑에서 200시간 논스톱 회의가 진행되고 초안만 15개나 작성되는 어려운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 규탄하는 내용이 빠져 G20 내부에서 균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상 첫 공동성명 도출 실패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참석자들이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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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언급 완화해 사상 첫 성명 도출 실패 면해

CNN방송과 일간 가디언은 이날 인도 정부 관계자와 익명의 외교관 등을 인용해 이번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 도출 과정이 험난했다고 보도했다. 회의 이전부터 장관급 회담에서 단 한 차례도 공동성명이 도출된 적 없어 2008년부터 시작한 G20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상황이었다.


협상을 난관에 빠트린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문구였다. 서방은 러시아에 침공의 책임을 묻는 강력한 어구를 포함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때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선언문이 채택된 수준까지 나아가려던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측이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CNN은 전했다. 또 친러시아 성향의 일부 G20 회원국들이 올해 성명에 이러한 표현이 담기는 것에 불안감을 드러내면서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결국 최종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자정 직전에 이르러서야 G20 국가 대표단은 극적으로 타협안을 만들었다. 장장 200시간 동안 논스톱으로 협상하고 300여회의 양자 협상을 통해 초안만 15개가 서로 오간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결국 '희석된(watered-down)' 표현을 수용했다고 CNN은 설명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진행 중인 회의 모습. [이미지출처=TASS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진행 중인 회의 모습. [이미지출처=TAS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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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들은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촉구했으나 이를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명시적으로 연결 짓거나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는 등 수위를 조절했다. 여기에 "유엔(UN) 헌장에 따라 모든 국가는 어느 국가의 영토 보전과 주권, 정치적 독립에 반해 영토 획득을 추구하기 위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자제해야만 한다"고만 언급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유럽의 한 관리는 "이는 주요 7개국(G7)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라면 작성되지 않았을 성명"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 우크라이나는 격분하는 한편 러시아는 "양심의 목소리"라며 환영하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는 이 문서에 강한 문구를 넣으려 시도한 협력국들에 감사하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G20은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명백히, 우크라이나 측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면 참가국이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이번 회의는 '무조건적인 성공'이라며 "우리는 정상회의 의제가 우크라이나화 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막을 수 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선 앞둔 바이든, 우크라 전쟁 대신 中 견제 우선순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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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던 서방 국가가 러시아의 침략을 언급하지 않고 G20 공동성명을 도출하는 데 동의한 것을 두고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의를 이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세계적 지도자로 띄우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모디 총리를 글로벌 파트너로 육성하고 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던 만큼, 공동성명이 무산되는 것을 막고자 했다는 것이다.


프라미트 팔 초두리 유라시아그룹 남아시아 담당은 BBC방송에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었지만 서방, 특히 미국은 중국이 반서구적인 대안 국제 질서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다"며 "서방 국가들이 인도를 중국의 균형추로 보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며 모디 총리가 공동성명 없이 회의를 마치는 걸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공동성명 발표 직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일련의 중대한 단락이 포함돼 있다"며 "또한 국가들이 영토 획득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지하는 역할을 잘 해낸다"고 호평했다.


가디언은 이번 공동성명을 두고 "어떤 측면에서 볼 때 그 결과는 전쟁과 무관하며, 변한 것은 없다"며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렇듯 (공동성명의) 표현이 완화한 것은 선거의 해를 앞두고 인도·태평양 내 중국을 억누르기 위한 동맹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 외교 정책에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선순위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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