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 제한 완화
투자일임업 등록 요건 간소화 등 제안
국내 보험사가 보다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자급 차입 목적 제한과 차입 범위 등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보험연구원은 '보험회사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1970년대 일부 손해보험회사와 재보험회사를 중심으로 현지 사무소를 설치하며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 4개사와 손해보험사 7개사가 미국, 영국, 스위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1개국에 39개의 해외점포(28개 현지법인, 11개 지점, 사무소 제외)를 설치해 해외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8년 말 35개 해외점포와 비교해 큰 증감이 없는 편이다. 해외점포 중 30개는 보험업, 9개는 금융투자업, 부동산임대업 등 비보험업을 영위하고 있어 보험업 의존도가 높다.
최근 5년간 국내 보험회사의 해외사업 재무 현황을 살펴보면, 신흥시장 신규 진출 및 해외 보험영업 규모 확대 추세로 인해 자산 및 부채의 전반적인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해외진출 확대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간주할 수 있지만, 아직 보험사들의 성장동력으로 삼기에는 미미한 규모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사업 수행 국내 보험사의 총자산 대비 해외점포 자산의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해외사업의 손익 현황도 아직 변동적이다. 보험업 당기순이익은 전반적으로 흑자를 실현하고 있으나, 현지 보험시장의 경쟁도?현지화 역량의 차이 등으로 매출 확대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효율적인 비용관리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보험업은 일정 기간 적자 혹은 보험업 대비 미미한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업, 부동산임대업 중심에서 벗어난 사업다각화를 통해 신규수익원 및 시너지 효과 창출, 위험 분산 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조달 및 자회사 자산운용 지원과 관련해 추가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의 해외 보험업 관련 주요 진출 방식인 합작법인, 신설투자, 현지 보험사 인수·합병(M&A)은 해외사업에 대해 강한 통제력을 가질 수 있지만 투자 대비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직접 투자 방식이라 사업 확대에 필요한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현재 보험사는 재무건전성 기준 충족 또는 적정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한 경우에만 자금차입이 가능하고,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의 총 발행한도도 자기자본의 1배 이내로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보험사가 진출한 국가에 이미 여러 보험사가 진출한 일본, 프랑스, 영국은 보험사 채권 발행 목적에 대한 제한이 없다. 특히 과거 일본 보험사의 경우 지급여력비율 관리에 이점이 있는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신속히 해외사업을 확대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보험사의 해외 보험사업에 한정해 자금차입 목적 제한을 완화하거나 자금차입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험사가 후순위채권, 신종자본증권 등을 활용해 해외사업 확대용 자금조달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해외사업 목적의 자금차입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운용자산이익률 대비 과도한 금리 수준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서는 신중한 발행 허용이 필요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또한 국내 보험사가 해외 보험업 및 비보험업 자회사를 설립한 후 안정적인 초기 정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외 자회사에 대한 자산운용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투자일임업 등록을 통해 해외 자회사에 대한 자산운용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라며 "보험사의 해외 자회사에 대한 자산운용 지원 목적에 한정한 투자일임업 등록의 경우 등록요건 완화 및 절차 간소화를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반영하는 것도 방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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