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없이는 '기다리는 것' 외엔 못해
'징계 처분 옳다'고 나와도 행정소송 남아
지난 6일 법무부에서 열린 변호사 징계위원회가 결론 없이 끝났다.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변호사단체가 징계한 것이 적법했는지에 대해 법무부 차원에서 판단하는 자리였다. 로톡에 가입해 활동했다가 대한변호사협회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은 작년 말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법무부 규정상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3개월 안에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면 3개월 연장할 수 있다’는 부칙을 들어 6월까지 내부심의만 진행했다. 7월과 9월 두 번의 징계위를 열고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오른쪽)가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리는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관련 법무부 변호사 징계위의 2차 심의에 출석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제공=연합뉴스]
로톡은 이미 변호사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됐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7월 국회에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로톡의 변호사법 위반 문제는 이미 끝난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변협의 광고 규정에 따른 징계에 관한 처분이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단계"라며 "(결정을) 만연히 늘릴 생각은 전혀 없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 드릴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징계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다. 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의에 참여하지 않고 결론도 바꾸지 않는다. 한 장관의 발언 이후에도 징계위는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리걸테크 관계자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이러다 고사(枯死)하겠다"고 말한다.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때 4000명 정도였던 로톡의 변호사 회원 수는 1700명대까지 내려갔다. 로톡은 올해 초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본사 사무실도 매물로 내놨다. 투자도 끊겼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선정된 ‘예비 유니콘’이라는 타이틀도 무색해졌다.
리걸테크 업계가 가장 바라는 것은 불확실성 해소다. 변협의 징계 처분이 취소되면 변호사들이 다시 자유롭게 로톡을 이용하면 되고, 반대로 징계 처분이 옳다고 나오면 행정소송 등 추가 대응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는 기소된 지 4년 만에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4년 간 법정다툼만 하다 기업도, 서비스도, 고객도 사라졌다. 징계위가 결정을 미루고 시간만 끌면 타이밍이 핵심인 신사업은 꽃을 피울 수도, 사업방식을 바꿀 기회도 박탈당한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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