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 시장에 새로운 강자 '메탄올'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 중립시대를 맞아 각광받던 LNG(액화천연가스) 추진 선박보다 오히려 발주가 많아지는 등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7월 기준 전세계 메탄올 선박의 누적 발주량(개조 포함)은 204척이다. 이 중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물량은 35.8%인 73척으로 파악된다. 현재 27척이 가동 중이며 나머지 177척은 2028년까지 차례로 선주사에 인도돼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선종별로는 전체의 70.1%인 143척이 컨테이너선이다. 컨테이너선으로만 한정하면 우리나라의 수주 점유율은 42.7%까지 확대된다.(노르웨이선급협회(DNV) AFI(대체연료인사이트) 자료)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 상반기 전세계적으로 발주된 이중연료 추진 선박 총 128척 가운데 80%가 메탄올을 사용할 수 있는 선박이라고 밝혔다.
LNG에 이어 메탄올 추진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400t 이상의 모든 선박은 IMO가 정한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등을 지켜야 한다. EEDI는 선박이 1t의 화물을 1해리(1.852㎞) 운송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지수화한 값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EEDI 허용 값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이 불가능하다. 이같은 수치는 해가 갈수록 엄격해 지는데 2050년부터 시행될 EEDI 페이즈5 규제는 선박의 배기가스 총량을 2008년 기준 대비 50% 이상 낮춰야 한다. 친환경 선박 발주는 선사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특히, 선사들은 메탄올의 탄소 저감 효과를 높게 사고 있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연료유에 비해 황산화물(SOx)은 99%, 질소산화물(NOx)은 80%, 온실가스는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어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잇는 친환경 선박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메탄올은 생산단가가 높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많아 선박용 연료로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나, 질소산화물을 절감하는 연료분사기술이 개발되면서 차세대 선박용 연료로 부상하게 됐다. 저장 시 높은 압력과 극저온이 요구되는 LNG와는 달리, 메탄올은 상온이나 일반적인 대기압에서도 저장·이송이 쉽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해양에 배출됐을 때에도 물에 빠르게 녹고 생분해돼 해양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존 맥도날드 미국 비영리 선급협회(ABS)부사장은 "메탄올은 보관과 취급이 용이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은 유망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메탄올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항만은 아직 적다는 단점도 있다. 글로벌 거점 항구에 메탄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친환경 선박을 주도하는 한국 조선사들은 메탄올 추진 선박의 수주 물량도 크게 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작년과 올해에만 총 43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물량을 확보하는 등 누적 메탄올 추진 선박 55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1만6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을 3조9000억원에 수주했고 HJ중공업도 2척의 수주고를 올렸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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