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과자가 왜 요만큼 밖에 안 들어 있지?"
무심코 과자나 음료수, 아이스크림을 사 먹다가 어쩐지 이전보다 용량이 작아진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느낌이 아니다. 비교해 보면 실제 양이 줄어든 제품인 경우가 적지 않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내용물의 용량을 줄이거나 더 저렴한 재료로 바꿔 기업이 이윤을 남기는 전략, 바로 '슈링크플레이션'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영국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제안한 용어로, 고물가 상황에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의 효과를 거두는 마케팅 기법을 뜻한다.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이라고도 불린다.
기업들로서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운송비 인상 등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저항이나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 정책에 역행할 수 없어 내놓은 고육책이다. 최근 국내 구미 젤리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 일부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중량을 100g에서 80g으로 20% 줄였는데,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커져 결국 용량 축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가격이 같더라도 제품의 중량이 줄거나 품질이 저하됐으니 결과적으론 제품 가격이 인상된 셈이다.
현행법상 고지 없이 제품 용량을 줄여도 포장 표시와 일치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슈링크플레이션이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감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눈속임'이자 소비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일종의 '꼼수'라고 지적한다. 가격 변동처럼 용량 변화 역시 기업이 소비자에게 사전에 공지해야 하고, 정부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은 제품 중량을 변경하면 사실상 가격 인상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속는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하다"며 "현재로선 고지 없이 제품의 용량이 줄어드는 걸 규제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따로 없으니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잘 파악하고 꼼꼼히 비교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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