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API 채택 합의했지만…세부내용 두고 갈등
보험사 "정보 충분" VS 핀테크 "더 필요해"
첫 삽조차 못떠…1월 출범 불투명
보험비교추천 플랫폼이 내년 1월 출시를 앞두고 첫 삽조차 못 뜨고 있다. 보험사와 핀테크 업계 간 주도권 싸움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내년 1월 출시마저 불투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비교추천 플랫폼에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표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도입하기로 보험사와 핀테크 업계가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API는 각종 데이터를 주고받는 규격이다. 보험비교추천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플랫폼 업체와 보험사 간의 API 합의가 필요하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보험사별 API를 요구했지만 보험사들은 표준(통합)API를 주장했다. 일원화된 규격이 없다면 업체별 요구 정보를 맞추기 위한 개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비효율적이라 빠른 출시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핀테크 업체들은 표준화된 정보로는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반대해 왔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중재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보험협회, 보험사, 핀테크산업협회, 핀테크 업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했고 지난달 15일에는 '표준API'에 합의했다.
일단 보험사들은 환영했다. 표준API에 보험료 산출과 보험사 개별 특약 정보까지 제공해 정보공백을 해소하고 '맞춤형 추천'이 가능해졌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별 API 진행은 사별로 다양한 데이터 형태의 개별 회선 구축으로 개발 시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것이 필연적이고 영향력이 큰 일부 대형 핀테크사의 독주가 우려된다"라며 "표준 API에도 보험사가 운영하는 모든 담보·특약정보를 담아 제공 예정이라 이를 사업자별 역량과 결합하면 다양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핀테크 측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단순 보험료 산출 외에도 보험료검증, 가입체결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표준API 사용 자체에는 합의가 됐지만 표준API에 담길 내용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아직 이해관계자 간 양해각서(MOU)도 체결하지 않은 상황이라 갈 길이 멀고, 표준API에 어떤 세부 내용을 담을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기존 표준API 수준으로는 과거 보험사들이 내놓은 비교추천페이지 '다모아'와 큰 차이는 없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갈등이 지속될 경우 보험비교추천 플랫폼 출범 자체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가 보험비교추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며 내년 1월부터 허용했지만 불과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태다. 표준API 합의라는 '첫 삽'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상황에서 플랫폼에 담길 보험 상품, 플랫폼에 제공할 수수료 등 결정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개발에 착수해도 각종 이용자인터페이스(UI), 비교분석 알고리즘 개발 등을 1월 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소비자를 위해 출발한 서비스인만큼 양측에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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