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켄터키·테네시 등 제조시설 투자↑
시골 마을서 대규모 공장 있는 지역으로 변모
일자리 급증에 주택 짓고 교육시설 세우며 준비
미국에 전기차 관련 제조시설 투자가 쏟아지면서 조지아, 켄터키, 테네시 등 남부 지역이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인구가 적었던 시골 마을에 대규모 공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여기서 일할 근로자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주 정부 등이 분주하다. 현지 인력이 제한적인 만큼 공장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면 근로자 확보를 위한 경쟁이 예상된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드자동차와 SK온이 지난해 7월 출범한 합작회사 블루오벌SK는 테네시주 스탠턴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공장 부지는 아직 농지로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이 공장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400명에 불과한 시골 마을 스탠턴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태다. 지역 인구수의 15배가량인 6000여명이 일하는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테네시주 스탠턴시의 앨런 스터빈스키 시장은 최근 공장 근로자들이 지낼 수 있는 새 주택을 짓고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경찰 인력도 확대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는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WSJ는 최근 몇 년 새 전기차 붐이 일면서 조지아, 켄터키, 테네시 등 미국 남부 주가 주목을 받았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제품 조립 또는 배터리 제조 시설을 위한 투자를 속속 내놓았다고 전했다. 미 미시간 앤아버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자동차연구센터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에 집행하겠다고 발표한 전기차 관련 투자만 1100억달러(약 145조5500억원)가 넘었으며, 그 중 절반가량이 남부 주에 집중돼 있었다.
현대차 그룹이 투자하는 조지아주도 변신 중인 미국 남부 지역 중 한 곳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55억달러를 투입해 조지아에 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등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큰 경제 개발 프로젝트로, 이번 투자로 81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엘라벨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오른쪽)과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가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현대차 측은 조지아주로 부지를 선택할 당시 양산을 얼마나 빨리 시작할 수 있을지, 인근 공급망은 어떻게 구축돼 있는지 등 여러 요소를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지역 인력을 준비해두려는 조지아 측의 노력도 고려 요소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조지아주는 공장 인근에 직원 교육센터를 구축하려고 아시아에 있는 현대 공장에 사람들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 남부에 자동차 제조 시설이 몰리면서 1940년대까지만 해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는 지금보다도 더 빠르게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미시간을 포함한 오대호 지역 내 자동차 업계 근로자 수는 38만2000명으로 20년 새 3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남부 지역은 최근 자동차 업계 근로자 수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며 21만3000명까지 늘었다. 수년 내에 투자가 예정된 공장이 완공되면 최소 4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의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본사를 디트로이트에 두고 있고 연구개발(R&D)도 이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전보다 영향력이 줄어들긴 해도 일정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미국 남부 지역은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이를 채울 인력은 부족해 기업과 지역 사회에서 인력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관련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수천 명의 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지역에서는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상점이나 식당 등에도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데 급여가 높은 공장으로 인력이 몰릴 수 있어 현지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 외에도 인구가 늘면 교통량이 늘고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범죄가 증가하는 등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해 지역 당국이 대비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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