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발(發) 경제 위기에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던 중국 증시가 28일 깜짝 반등했다. 중국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15년 만에 주식거래 인지세를 인하하기로 한 결정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형주 중심의 CSI300 지수는 전장 대비 1.17% 오른 3752.62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개장 직후 5.5%까지 급등했다가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항셍지수도 전장 대비 1.12% 오른 1만8157.62에 마감했다. 올 들어 CSI300 지수는 4.2%(전거래일 마감 기준) 하락했으며, 항셍지수는 9.2% 급락했다.
전날 나온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부터 주식거래 인지세를 현행(0.1%)의 절반 수준인 0.05%로 낮춘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폭락하자 0.1%로 낮춰 유지해오던 인지세를 15년 만에 인하한 것이다.
다만 증시 부양책의 효과는 장 마감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조치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더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콩 투자업체 웰시시큐리티의 루이스 츠 이사는 "이번 조치들로 인해 중국 증시에 즉각적인 랠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랠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며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기업공개(IPO) 속도를 늦추고, 대주주의 지분 축소를 추가로 규제하며, 증거금을 낮추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앞서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주식 거래 비용을 인하하고 자사주 매입을 지원하며 장기 투자를 도입하는 내용의 증시 지원책을 발표했다.
올 초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리오프닝(경제 재개)에 나섰지만 경제 회복이 더디고 증시는 계속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발 위기가 금융권까지 전이되며 침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한편, 이날 주식거래가 재개된 헝다는 홍콩 증시에서 81%대 하락 마감했다. 디폴트에 빠진 헝다는 지난해 3월21일 거래가 정지됐다가 17개월 만인 이날 거래를 다시 시작했다.
이날 주식거래 재개는 헝다가 27일 최근 매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손실 폭이 많이 축소됐다고 밝힌 지 하루만이다. 헝다는 올 상반기 순손실이 33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664억위안)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매출도 1282억위안(약 23조3000억원)으로 44% 증가했다. 부채도 지난해 말 2조4400억위안에서 2조3900억위안(약 434조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헝다는 이달 초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헝다는 2021년 말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주택건설 중단, 하도급업체 공사대금 미지급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국 부동산 부문 위기의 중심에 섰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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