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이제 저는 소금 못 먹나요" 초등생의 오염수 편지

'초등학생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화제
"바다는 세계 공공장소…생각 바꾸셨으면"
24일 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작

24일 오후 1시 3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가운데, 한 초등학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초등학생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했다. 이는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23일 초등학교 3학년생인 이율하(10) 양이 '대통령님께 전해달라'며 아버지 A 씨에게 건넨 편지였다.

이율하 양의 편지.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방송에서 "얼마 전 딸아이와 일본 오염수 방류에 관한 뉴스를 같이 보게 됐는데, 딸아이가 유심히 듣고서는 오염수에 관해 묻더니 어느 때보다도 표정이 심각하고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며 사연을 전했다.

이어 "딸은 밥을 먹다가도 '우리 소금 이제 못 먹어? 생선, 미역, 조개 다 어떡해? 바다에 사는 고래, 물개, 돌고래가 아프면 어떡해?' 등 시시때때로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 양은 이날 아침 A씨의 출근길에 대뜸 "아빠, 대통령님께 이 편지 좀 전해줄래?"라며 편지 하나를 들이밀었다고 한다. A씨는 "저는 '이 편지를 무조건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씨가 전한 이 양의 편지는 자신을 '해물과 시원한 계곡, 바다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라고 밝히면서 시작했다.

이 양은 "대통령님이 (오염수 방류) 허락을 안 하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허락을 하셨더라고요. 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습니다"라며 "인간, 아니 생물체에게는 환경과 생태계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환경이 이렇게 안 좋아졌는데 다음 아이들 세대는 어떡해요? 전 그 생각에 매일 밤잠이 별로 오지 않아요"라고 적었다.

이어 "제가 어른이 되면 고래를 사진으로만 볼지도 몰라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금입니다. 전 소금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통령님, 제가 만약 미래를 본다면 미래는 정말 끔찍할 것 같아요"라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이렇게 편해진 건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만들었으니 환경도 우리가 책임져야겠죠. 우리가 편하면 뭐 해요, 지구가 힘든데"라며 "바다는 전 세계 공공장소잖아요. 공공장소는 함께 쓰는 거 아닌가요? 건강하고 행복한 지구를 만듭시다. 이건 인간들이 잘못한 거예요"라고 지적했다.

이 양은 "윤석열 대통령님이 생각을 바꾸셨으면 좋겠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환경과 지구를 사랑하는 이율하 올림"이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이 양의 편지를 접한 누리꾼 사이에서는 "아이들도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데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어쩌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에 눈물이 난다"는 등 반응이 이어졌다.

24일 오후 1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TV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서울역에서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방송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한편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4일 오후 1시께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1차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만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개시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께서 정부의 입장을 상세하게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총리께서도 잘 말씀하셨지만,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답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