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3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대기하면서 어닝서프라이즈 기대감에 일제히 상승했다. 최근 급등했던 국채 금리 역시 하락세를 보이며 랠리를 뒷받침했다. 이번 주 후반에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설에 나서는 경제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도 예정돼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84.15포인트(0.54%) 높은 3만4472.9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8.46포인트(1.10%) 오른 4436.0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5.16포인트(1.59%) 상승한 1만3721.03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상승했다. 특히 기술, 통신, 부동산 관련주의 오름폭이 두드러진다. 장 마감 직후 실적을 공개한 엔비디아는 전장 대비 3.17% 올라 정규장을 마쳤다. 애플은 2.19%, 구글 알파벳은 2.55%, 테슬라는 1.57% 뛰는 등 기술주 랠리가 확인됐다. 의류업체인 아베크롬비앤피치는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24%이상 뛰었다. 펠로톤은 개장 전 공개한 분기 실적에서 주당순손실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확인되면서 22%이상 미끄러졌다. 풋라커는 분기 매출이 감소하고 향후 전망을 하향하면서 28%이상 내려앉았다. 전날 기대이하의 실적으로 두자릿수 급락한 딕스 스포팅 굿즈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조정하며 약보합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실적을 대기하면서 주요 소매업체들의 실적, 주요 경제지표,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월가에서는 일찌감치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상향해왔다. 경제매체 CNBC는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의 실적보고서를 통해 시장이 올해 상승세를 재개할지, 8월 하락세가 장기화할지 등에 대한 신호를 찾고자할 것"이라고 전했다. S&P500지수는 이달 들어 4%이상 밀린 상태다.
장 마감 후 공개된 엔비디아의 2분기 주당 순이익은 2.7달러로 시장 전망(2.09달러)을 웃돌았다. 분기 매출 역시 135억1000만달러로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전망치 112억2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엔비디아는 3분기에도 예상보다 더 높은 160억달러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시간외거래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7%이상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라투스 캐피탈의 토드 존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엔비디아 실적 외에 단기적으로 시장 방향에 중요한 것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국채금리 하락세도 이날 투심 회복에 힘을 보탰다. 최근 국채 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연착륙 기대감, Fed 긴축 장기화 우려, 미 재무부의 국채발행 확대 등의 여파로 급등세를 보여왔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4.19%선까지 내려갔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96%선에서 움직였다. 이날 공개된 제조업, 서비스업 지표가 부진했던 여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 또한 소폭 하락한 103.4선을 나타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는 위축세를 보였다. S&P마킷 글로벌에 따르면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7.0을 기록했다. 이는 월가 전망은 물론, 전월치(49)도 하회하는 수치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업황 위축과 확장을 시사한다. 서비스 경기도 부진했다. 8월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1.0으로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렸다. 반면 7월 신규주택판매는 예상보다 강세를 보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신규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4.4% 증가한 71만4000채로 집계됐다. 이는 월가 예상(1.0%)을 웃도는 수준의 증가세다.
이제 투자자들의 눈길은 오는 25일 파월 의장의 입으로 쏠린다. 파월 의장은 이번주 미 와이오밍주에서 개최되는 경제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 경제전망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긴축사이클 막바지에 들어선 통화정책의 향방을 읽을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그의 발언 수위에 따라 시장 여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은 데이터 의존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필요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혀온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가속화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금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Fed의 6월 경제전망에는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크게 반영돼있었으나, 최소한 현재로선 (침체 전망이)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며 "위원회가 올가을 일정 기간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의 경제 성장이 매우 약하거나, 심지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지금 실현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이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노동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며 미 경제는 가속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쪽으로 리스크가 좀 더 기울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9월 금리 동결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9월 동결할 가능성을 88%이상 반영 중이다. 앞서 Fed가 공개한 6월 점도표 상으로는 연내 한차례 더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투자자들은 올해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이 없다는 시나리오를 조금 더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연내 한차례 이상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약 42%대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남은 FOMC는 9월, 11월, 12월 등 세차례다.
유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5센트(0.94%) 하락한 배럴당 78.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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