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브이' 통한 퀵커머스 불투명
쿠팡·이마트 등도 일부 지역 시범 운영만
수익성 측면 답 못찾아…수요 의구심도
상품 주문 후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퀵커머스 사업에 유통업계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퀵커머스 사업에 빠르게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었지만, 현재는 서로 경계심을 가지며 사업 확장 속도를 늦추고 있다.
21일 오아시스에 따르면 올해에도 ‘브이’를 통한 퀵커머스 사업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사업보고서와 올해 분기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에 서울 도심 지역을 시작으로 수도권 전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반기보고서에서는 올해 중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연내 해당 서비스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서울 강동, 송파, 강남, 서초 지역의 소규모 물류센터(MFC)에서는 서비스 테스트베드를 하고 있으나, 실직적인 퀵커머스와 연관된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2021년 7월 퀵커머스 사업에 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공동출자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지는 등 여러 부침을 겪으며 사업이 밀렸다"며 "계획은 하고 있지만, 현재 다른 신사업인 무인결제 솔루션이나 온에어 딜리버리의 속도가 빠르게 나고 있어 퀵커머스가 후순위로 빠져 있기는 하다"고 전했다.
쿠팡은 오아시스가 퀵커머스 사업 진출을 밝힌 2021년 7월에 ‘쿠팡이츠마트’를 시작해 퀵커머스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에도 서울 일부 지역인 강남, 서초, 송파 지역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마트도 지난해 4월 ‘쓱고우’를 통해 퀵커머스 사업을 선보였지만, 아직도 정식 출범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논현과 역삼 지역에서만 시범 운영 중이다.
유통사들이 퀵커머스 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수익성 측면에서 답을 찾지 못해서다. 먼저 퀵커머스 사업을 시작하려면 서비스를 제공할 지역에 여러 개의 물류센터(MFC)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유통사의 경우에는 거점 점포를 새롭게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감당하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또 오프라인 점포가 있는 유통사라 하더라도 소규모 지역까지 모두 커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이마트와 같이 오프라인 점포가 있더라도, 퀵커머스 사업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다. 배송원을 구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배송원을 고정적으로 두게 되면 고정비용이 상승하게 돼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조적으로 수요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퀵커머스 사업을 시범 운영 중인 한 유통사의 관계자는 "수익성 문제 외에도 실제로 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퀵커머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들었으며, 특정 연령층에 한정돼 서비스 수요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주문자 인구가 많더라도 시장의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아서 정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슈퍼와 같은 사례를 들어보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바로 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고 ‘당일 배송’ 서비스만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시장의 반응과 수요 변화를 고려해 경영 전략을 조정하는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나마 유통업계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곳은 전국에 오프라인 점포를 확보한 GS리테일과 홈플러스익스프레스다. GS리테일은 ‘우리동네앱’을 통해 GS더프레시(슈퍼마켓)와 GS25(편의점)을 대상으로 1시간 바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만7000여 개가 넘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MFC로 활용하고, 자체 보유한 ‘우친배달하기’ 플랫폼과 배달 대행사와의 협력을 통해 배달원을 확보하고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전국의 점포 네트워크와 배달 차량 등을 활용해 2021년 2월부터 ‘1시간 즉시배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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