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소액주주 8개월 만에 600만명에서 35만명 줄어
개미 투심은 이차전지로…POSCO홀딩스 순매수 1위
8월 들어 삼성전자로 다시 순매수 몰려…하반기 테마주 수급 주목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커진 ‘개미군단’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모았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국민주 지형도도 달라져서다. 여느 때 같으면 개미의 러브콜 0순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올해는 달랐다.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개미군단은 미련 없이 이차전지주로 몰려갔다. 다만 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8월 들어 개미들이 다시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566만831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81만3977명 대비 약 15만명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602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1969년 창립 이후 첫 600만 시대를 열며 국민주로 각광 받았지만 8개월 사이 35만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떠났다.
올 들어 국민주 지형도에 변화가 뚜렷하다. 소액주주가 100만명이 넘어 국민주로 불린 카카오와 네이버의 소액주주도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주로 주목받았지만 금리 인상과 실적 부진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개인들이 등을 돌렸다. 카카오의 소액주주는 2분기 기준 199만9126명으로 200만명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말 소액주주는 206만6544명이었다. 네이버 소액주주도 지난해 말 105만1608명에서 올해 2분기 103만3170명으로 줄었다.
개미군단의 발길은 이차전지주로 향했다. 이차전지 폭등의 첫 주인공 에코프로의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10만9619명에서 올해 2분기 25만4687명으로 곱절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의 소액주주 역시 22만5303명에서 41만9892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에코프로그룹주에 대한 사랑은 포스코그룹주로 옮겨갔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7월 말까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팔았고, POSCO홀딩스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10조5818억원, POSCO홀딩스 순매수액은 9조2833억원이다. POSCO홀딩스의 소액주주도 지난해 말 31만3370명에서 올해 2분기 52만8895명으로 늘었다.
다만 이 같은 지형도 변화가 하반기에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이차전지주에 대한 쏠림현상이 다소 완화하면서 다시 반도체 업종으로 매수세가 모이고 있어서다.
특히 POSCO홀딩스에 대한 증권가의 투자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변수다. 증권가는 이차전지주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POSCO홀딩스 기업가치가 개선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리튬 사업 가치의 반영"이라며 "POSCO홀딩스가 구체적으로 공유한 생산계획을 고려하더라도, 영업가치 계산에 적용되는 적절한 시점과 리튬 가격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행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개인은 8월 들어 셋째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888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1위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개인은 삼성전자를 5492억원 순매도했는데, 순매수 규모가 이를 넘어섰다.
다만 아직 삼성전자 주가는 답보상태다. 지난달 7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8월2일 이후 '6만전자'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평균 9만1364원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평가도 양호하다. 모건스탠리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엔비디아에 차세대 HBM 반도체인 'HBM3'를 공급할 수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거론했다. 현재 HBM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세계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로 HBM 반도체의 주요 공급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AI 서버에 쓰이는 HBM, D램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비중 확대', 목표주가를 각각 9만5000원, 17만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주가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다른 테마로 이동할 확률도 높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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