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구모임 ‘유니콘팜’ 대표 맡아
입법 과정 등 통해 스타트업 목소리 담아
"스타트업 혁신 동력으로 우리 사회 바꿔야"
"(국회가)사전에 중재했다면 택시업계와 타다 양쪽 모두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죽고 또 기업이 죽는 상황은 막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유니콘팜을 시작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국회 연구모임 ‘유니콘팜’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며 ‘타다금지법' 입법 경험을 털어놨다. 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타다금지법을 처리할 당시 국토교통위원을 지냈다. 그는 "당시 한편에서는 스타트업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택시 기사님들이 숨지는 모습을 봐야했다"며 "현실에 밀려 (법안에) 도장을 찍었지만, 재선이 된다면 이런 일들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었다"고 소개했다.
카셰어링 스타트업체 쏘카의 자회사였던 타다는 2018년 론칭한 뒤, 국내 최대 모빌리티 서비스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타다의 인기에 위기감을 느낀 택시 기사들의 잇따라 목숨을 끊으면서 국회는 2020년 3월 ‘타다금지법’이라 불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쏘카는 법 통과 후 더 이상 영업할 수 없다고 판단, 타다 운영사를 토스에 매각했다.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회사를 뜻하는 유니콘 기업은 벤처, 스타트업 기업에서는 일종의 꿈과 같은 목표다. 현실에 없는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을 들먹일 정도로 스타트업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규제와 제약, 기존 산업의 반발이다.
강 의원 주도로 시작된 유니콘팜은 2020년 12월 민주당 의원 모임으로 출발했지만,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의원 등이 동참하면서 2022년 11월 국회 정식 연구단체가 됐다. 유니콘팜은 의료, 법률, 세금, 요양 등 관련 스타트업에 필요한 법안 등을 발의하며 입법활동 등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강 의원과 일문일답.
-유니콘팜의 설립 취지와 작동 방식이 궁금하다.
=신성장 동력을 살리고, 생산자 중심의 시대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대로 바꾸면서 혁신 에너지를 발굴해 사회를 새롭게 바꾸자는 생각에 시작했다. 스타트업 기업의 애로사항을 의원들이 듣는다. 이 자리에는 소관 상임위 의원들도 같이 듣고,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협의한다. 법안이 필요한 경우 공동으로 발의를 하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방안 등도 모색한다. 필요할 때 논평 등도 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입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나. 유니콘팜 법안 가운데 아직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은 없는데 효과가 있나.
=6개 정도 법안을 유니콘팜 차원에서 발의했다. 의료, 세금, 법률, 요양 서비스에 대한 중재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령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의료법의 경우에 의사협회나 약사협회 등에서 반발을 한다. 하지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법안이 없었는데, 이제 같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실제 그런 과정만으로도 희망이 된다.
-국회까지 나서 왜 스타트업 이야기에 귀 기울이나
=8년 전에 IBM에 갔을 때 왓슨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었는데, 증상을 입력하면 몸살 확률 몇 퍼센트라고 하는 수준이었다. 최근 알려진 챗 GPT 4.0의 경우에는 이제 약을 처방해주고, 클릭하면 약국으로 연결돼 배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지금 비대면 진료나 플랫폼 광고 등을 막고 있는 수준인데 바깥에서는 시대를 뛰어넘는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상담해 치료받는 것을 약사협회나 의사협회는 반대하겠지만 언제까지 가능할까? 법률도 마찬가지다. 이미 미국에서는 AI가 판례 분석을 한다. 이 시스템의 한국의 판례를 분석하는 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로톡(온라인 법률플랫폼) 사례' 등에서 가격 비교도 못 하게 한다. 너무 뒤처지는 것이다.
-기존 업계가 시장을 뺏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갈 때 맛있는 집을 찾아가는 것이지, 제일 저렴한 집을 찾아가지는 않는다. 세금 환급을 해주는 '삼쩜삼'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 환급 서비스를 사용해본 자영업자들은 더 큰 서비스를 기대하고 세무사를 찾게 된다. 챗GPT로 약 처방을 받더라도 결국 약사에게 가서 처방에 대해 묻고 확인할 것이다. 챗GPT 같은 흐름을 막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가? 신성장 산업이라는 것은 기존 산업의 시장이 넓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스타트업에 조언할 것은
=스타트업은 종종 협회와 싸우는데, 사실 협회는 생산자들의 조합이 아닌가.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소비자들의 조직체가 돼야한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요구, 생산자들의 요구를 접합시키는 지점이 협상의 공간이 될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것들을 계속 만들고, 제도를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규제와 관련해 싸워야 한다는 식으로만 생각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다른 사례들을 보면 규제 때문에 안 된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풀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방법으로 풀리는 문제도 많다.
-타다 논란의 교훈은 무엇인가.
=택시와 타다의 경우 양극단으로 나뉘어 싸웠다. 이후 택시도 힘이 빠지고 타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였다. 싸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국회 등에서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가 제도적으로 막아내 한 두 개의 성과물을 낼 수 있다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가정이지만 다시 타다 당시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시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시간을 훨씬 앞당겨 타다와 정부가 같이 만나 방법을 찾을 것이다. 애초에 분쟁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만났어야 했다. 가령 정부가 택시 면허를 사들이고 타다도 일정 부분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었다면 택시 업계도 그렇게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타다 역시 택시 등과 연결하는 방법 등도 모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규제 완화 등의 경우 우려도 나온다. 가령 개인정보 관련 규제가 약해지면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조심스러운 대목이다.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에 갔는데 거기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한국인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에 가서는 기업을 안 한다고 말한다. 규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개인 정보 유출와 관련된 우려 목소리 등도 충분히 동의하지만, 세상의 변화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같이 더 살펴봐야 한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국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업들이 어려움 때문에 정부를 찾아가면 부처 과장이나 팀장을 만나 설명할 것이다. 반면 국회에서 논의한다면 그 이상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아닌가.
"잼버리 파행 결산심사 벼른다"
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가장 분주한 인물 중 하나다. 유니콘팜 대표와 함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 민주당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 미래의 대표 등 3개 감투를 쓰고있다.
우선 예결위 야당 간사로서 목전에 다가온 결산심사를 벼르고 있다. 강 의원은 "세계 잼버리대회 파행운영 책임 운영을 두고 여야가 맞붙기 전부터 이번 결산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얘기했었다"며 "이번 결산은 윤석열 정부 첫 번째 결산인 만큼 돈을 어디다 썼고 무엇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잘잘못을 가리고 따지는 것이 우리 야당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결국 세금을 어떻게 걷고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구현되는 만큼 야당 입장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각오다. 강 의원은 특히 지난해 예산안과 비교해 올해 세금이 턱없이 걷히고 있는 '세수 펑크' 상황과 관련해 "세수 펑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국 국회가 통제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세수 부족 문제에 대한 대안 등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상반기를 기준으로 세수가 최대 감소했는데 이유가 수출 실적 악화랑 기업 영업이익 급감, 소득세 감소가 원인"이라며 "결국은 경기 침체라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의원은 "추경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사람들이 돈을 쓰게 경제를 돌아가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추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대의원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김은경 혁신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가족들에게 혁신안에 관심 있는지 물어봐라. 아무도 관심 없을 것"이라며 "더미라는 혁신안 자체를 반대한 것도 찬성한 것도 아니지만, 지금 필요한 건 지금 논의하고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지도부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그는 "지도부가 혁신안에 대해 당장 해야 할 것도 있고 다음에 해야 할 것도 있다고 가르마를 타주면 된다"며 "혁신위가 제안한 미래 대표제나 섀도 캐비닛 등은 좋은 제도인 만큼 도입을 염두하고 논의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빼고 대의원 제도만 논의하는 것은 소모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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