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논란으로 아파트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후분양 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아파트를 60% 이상 지은 시점에서 분양을 시작하는 만큼 실물을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부실시공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후분양만으로 아파트 하자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후분양 단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후분양 단지는 일부를 제외하면 주로 지방에 위치한 1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였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후분양 단지 공급이 대거 예정돼 있다. 서울에선 동작구에서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771가구)’, 서초구에서는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 경기도에선 광명 ‘베르몬트로 광명(3344가구)’, 화성 ‘동탄레이크파크 자연& e편한세상’(1227가구) 등이 후분양을 앞두고 있다.
‘후분양 방식’ 뭐길래?
아파트 분양은 시점에 따라 크게 ‘선분양’과 ‘후분양’으로 구분된다. 선분양은 소비자가 견본주택만 확인하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주택 공급자인 건설회사는 일반적으로 초기 자금조달 부담이 적은 선분양을 선호한다. 분양자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수령해 일종의 무이자대출로써 공사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 수요자는 2~3년 전 가격으로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후분양은 건물 골조공사 등 아파트를 60% 이상 지은 시점에서 분양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시공 현장에서 실물에 가까운 아파트를 직접 확인하고 계약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준공까지 기간이 1년 미만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건설회사가 무리하게 공사를 재촉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부실시공을 우려하는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 후분양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하자 여부’ 판단 제한적…고질적 병폐 개선 시급
다만 전문가들은 후분양 방식이 부실시공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안전상의 이유로 공사 현장에 일반인이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직접 실물을 보더라도 주요 구조부 하자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창호, 가구, 도배 등 아파트의 하자는 주로 마감공사에서 발생하는데, 통상적인 후분양제 분양시점인 공정의 60~80% 수준에서는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광주 ‘화정아이파크’의 붕괴 직전 공정률이 약 60% 수준을 고려할 때 이 시점에는 구조부에 대한 강도 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후분양이 건축물의 품질확보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법 재하도급 문제와 공사 현장의 부실 감리 등 고질적인 병폐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최근 부실시공의 경우 이윤 극대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시공 능력을 갖추지 못한 무자격 업체에 공사 하도급을 주는 불법 행위와 부실 감리 등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며 "후분양제는 부실시공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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