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선거권 회복된 김태우 공천 여부 고심
패배 시 '수도권 위기론' 확산된다는 게 문제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오는 10월 열리는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을 두고 여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야권에서 김 전 구청장의 사면·복권을 놓고 '법치 사유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인물을 공천했다'는 여론 역풍까지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관 출신이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특감반 관련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구청장직도 상실했으나 최근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복권돼 다시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김 전 구청장은 사면·복권이 확정된 후 입장문을 통해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 "만약 당과 국민이 허락해 주신다면, 제게 남은 시간을 다시 강서구에서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다"며 10월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김 전 구청장 재출마 공식화는 여당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구청장 사면 결정을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 전 구청장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사면·복권한 것은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여권은 전 정권의 비리를 폭로한 '공익 제보자'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국민 여론이다. 국민의힘이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할 경우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출마시키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우려는 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설마 이번 10월 보궐선거에 또 강서구청장에 내보내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며 "다시 공천하면 지도부가 망한다"고 언급했다. 천 위원장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는데 그걸 존중하지 않는다는 건 항상 법치를 강조하는 보수 정당 태도와 윤석열 정부 태도와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에 승리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패배할 경우 여당의 '총선 수도권 위기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총선을 약 6개월 앞두고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총선 판세를 가늠해 볼 시험대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여당에 유리한 선거라고 하긴 어렵다. 김 전 구청장 이전에는 민주당 출신 노현송 전 구청장이 3연임에 성공했던 지역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김 전 구청장 공천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김 전 구청장을 공천 배제하는 것이 명쾌한 해법도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단행된 사면이 김 전 구청장 재공천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김 전 구청장이 보궐선거보다도 내년 총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천 위원장은 "구청장 보궐선거 안 내면 '최소한 구청장 보궐선거는 안 냈네'라고 넘어가서 총선 때 내려는 거 아닐까"라며 "보궐선거에는 안 냈으니, 나름대로 도리는 했고 총선에 나오면 이런 논란이 좀 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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