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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몸살에 초인종 뗀 북촌주민들, 유커 복귀에 "또 희생"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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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서만 60년을 살아온 김창순씨(84·여)는 지난해 자택 초인종을 떼버렸다. 코로나19 상황이 풀리면서 북촌에 몰려든 관광객들이 계속 초인종을 눌러서다. 처음에는 화장실이 급하다는 관광객들의 말에 문을 열어줬지만, 이 같은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아예 초인종을 없애버린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는 신경 쓰일 정도로 북촌이 시끌벅적하지는 않았는데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 북촌이 다시 시끄러워질까봐 걱정이다"라며 "이곳 상인들을 위해 관광객을 막을 순 없지만 언제까지 희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 11일 북촌 한옥마을 한 주택에 정숙한 관람을 요청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공병선 기자]

지난 11일 북촌 한옥마을 한 주택에 정숙한 관람을 요청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공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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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유명 관광지 상권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관광지 일대 주민들은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인한 불편함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문화관광국은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여행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 제재를 푼 것은 2017년 3월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 이후 6년5개월 만이다. 유커는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관광객 중 하나다. 사드 배치 이전인 2016년 한국에만 유커 806만명이 들어왔다. 보복 조치 이후인 2019년에도 유커 602만3021명이 한국을 찾는 등 중국인 관광으로 인한 경제 효과는 상당하다.

서울에서도 유명 관광지로 손꼽히는 종로구 인사동 상권은 유커를 반길 준비에 나섰다. 상인들은 단체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만큼 매출 증대를 기대했다. 실제로 태풍 카눈으로 인해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11일에도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공예품 등을 구경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중국인 7명이 전통 찻집 앞을 지나가며 인사동 거리를 둘러보기도 했다. 전통공예품을 판매하는 권정숙씨(65·여)는 "중국인들은 큰 손이 많아 확실히 매출에 큰 도움을 준다"며 "인사동 상권이 점잖게 있는데 유커 방문을 앞두고 홍보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사진=공병선 기자]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사진=공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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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인사동과 도보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은 벌써부터 걱정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종로구는 조용히 북촌을 구경하는 '정숙 관광'을 위해 안내원 8명을 한옥마을 곳곳에 배치했다. 하지만 유커로 인한 오버 투어리즘을 안내원만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북촌서 7년째 거주 중인 이모씨(67·여)는 "관광객들이 박물관이나 갤러리인 줄 알고 불쑥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대문을 열고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강모씨(66·남)도 "유커들은 단체 관광객들이니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오후 5시 이후 북촌 관광을 막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충돌이 발생할까 봐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많은 관광객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질 좋은 관광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단체 관광객들이 저가의 상품 패키지로 오면 관광지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라며 "고품질의 관광 상품 개발과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간 여행협회와 국가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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