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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토크]'초전도 테이프', 핵융합 꿈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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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 국제 학계 회의론 커졌지만
'고온 초전도체' 기술 꾸준히 발전
절대 0도보다 높은 -180도서 작동

국내 연구진이 발견한 초전도체 추정 물질 'LK-99'에 대한 국제 학계의 회의론이 짙어지면서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향한 꿈은 다시 멀어지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초전도체 기술은 지난 수십년간 정체한 게 아닙니다.


미국, 영국 등에 소재한 응집물질 물리학(Condensed-matter physics) 연구소들은 오랜 시간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 개발에 매진해 왔고, 최근에는 '초전도 테이프'를 대량양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물질은 성공하기만 하면 핵융합 발전 상용화 완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수십년 간 초전도체도 꾸준히 진보
초전도체. [이미지출처=로체스터대학교]

초전도체. [이미지출처=로체스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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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온 초전도체(High Temperature Superconductor·HTS)는 이미 실존합니다. 다만 초전도체의 '고온'은 일반인의 기준보다 훨씬 낮은 온도입니다.


대체로 초전도성을 띤 물질들은 절대 영도(섭씨 -273도)에 근접한 수준으로 냉각시켜야 초전도 상전이가 나타나지만, 일부 물질은 그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도 상전이가 가능합니다.


일례로 이트륨-바륨-구리 산화물(YBCO) 초전도체는 -180도 근처에서도 초전도성을 보입니다. 이런 물질을 현재 학계는 HTS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180도서 작동하는 HTS 테이프
커먼웰스 퓨전과 미 매사추세츠 공대 핵융합 센터가 협력 개발한 YBCO 고온 초전도 테이프. [이미지출처=MIT]

커먼웰스 퓨전과 미 매사추세츠 공대 핵융합 센터가 협력 개발한 YBCO 고온 초전도 테이프. [이미지출처=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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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도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엔 큰 무리가 따릅니다. 하지만 실제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이 요원한 현 상황에선 가장 경제적이고 상용화 가능성 높은 물질인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핵융합로를 개발하는 여러 스타트업이 이런 HTS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분사한 핵융합 발전소 개발 기업 '코먼웰스 퓨전'의 경우, YBCO 초전도체를 테이프 형태로 만들어 초전도 전자석을 만든 최초의 기업 중 하나입니다.


초전도 테이프는 테이프 위에 초전도성을 띤 합금을 코팅한 물질을 뜻합니다. 코먼웰스 퓨전은 이런 초전도 테이프를 무려 1만㎢ 뽑아낸 뒤, 이를 알파벳 'D'자 모양으로 칭칭 감아 전자석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초전도 전자석은 기존 초전도체보다 비교적 높은 온도(약 -200도)에서 작동하며, 무려 20테슬라(T)의 자기장 강도를 낼 수 있습니다.


전자석은 핵융합로의 핵심 장비입니다. 동시에 핵융합 상용화를 막는 주요 허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통상 핵융합로는 섭씨 1억도의 뜨거운 플라스마를 발생시켜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 플라스마를 자기장으로 묶어 안정화하는 핵심 부품이 초전도 전자석이기 때문입니다. 대략 20T의 자기장 강도를 갖춰야 토카막 안정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YBCO·REBCO 등 후보군 다수…핵융합 실마리 될까
영국 토카막 에너지 사의 REBCO 고온 초전도 테이프. 이런 초전도 테이프는 비록 실온은 아닐지라도 기존 초전도체보다는 훨씬 높은 온도인 -200~-180도에서 작동 가능하다. [이미지출처=토카막 에너지]

영국 토카막 에너지 사의 REBCO 고온 초전도 테이프. 이런 초전도 테이프는 비록 실온은 아닐지라도 기존 초전도체보다는 훨씬 높은 온도인 -200~-180도에서 작동 가능하다. [이미지출처=토카막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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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초전도 테이프 후보군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200~-180도 사이에서 초전도 상전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고온 초전도체인 '희토류 바륨 구리 산화물'(REBCO)입니다.


영국의 핵융합로 개발 스타트업인 '토카막 에너지'는 REBCO를 기반으로 한 초전도 테이프의 잠재력에 주목해 왔습니다.


최근 토카막 에너지는 REBCO 초전도 테이프 프로토타입 개발에 성공했고, 올해 안에 '데모 40(Demo 40)'이라는 이름의 초전도 전자석 제작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데모 40의 냉각 효율은 기존 초전도체 대비 5배가량 더 높다고 합니다.


상온 초전도체 실존했다면…핵융합 현실화도 '성큼'

LK-99가 상온·상압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일 수 있다는 소식이 처음 퍼졌을 때, 유명 핵융합 연구자들도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캐나다 출신 핵융합 연구자이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투자한 핵융합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제너럴 퓨전'에 몸담고 있던 앤드루 코트도 "LK-99가 사실이라면 그 경제 효과는 최대 4조5000억달러(약 59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만일 실온에서도 초전도 상전이가 발생하는 물질이 존재한다면, -200도까지 냉각하지 않아도 핵융합로의 플라스마를 봉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핵융합로의 발전량이 플라스마 유지에 드는 전력 소모량을 쉽게 추월할 수 있겠지요.


지난 수십년 간 기대와 실패를 번복해 왔음에도, 인류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향한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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