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등 미국 과학자들
산불 연기 성분 분석 결과
블랙 탄소 4배 열 방출 '암갈색 탄소' 발견
"온난화에 예측보다 훨씬 더 악영향"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에서 발생했던 초대형 산불들이 예상보다 지구 온난화에 더 치명적 악영향을 끼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불 연기 속에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온난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 새로 발견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0일(현지 시각) 2019년 한 해 동안 미국 서부 지역에서 번개로 인해 발생했던 3차례의 초대형 산불에서 채집된 연기 성분을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는 '암갈색 탄소(dark brown carbon)'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지난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도 게재됐다.
이 물질은 산불 연기 속에 풍부하게 포함돼 있으며 강력히 열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로한 미쉬라 미 워싱턴대 교수는 "고온이 발생하는 산불의 맨 앞 가장자리에서 블랙 탄소나 그을음(soot)과 유사하게 생성된 물질인 것 같다"면서 "수집된 산불 연기가 흡수하는 전체 열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NASA 연구팀은 2019년 7월부터 8월 사이 항공기를 이용해 산불 현장의 지상 10km 상공에서 연기를 채취해 분석했다. 또 지상에서도 산불에서 약 3km 떨어진 거리에서 이동식 장비를 활용해 연기 샘플을 수집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암갈색 탄소를 발견했는데, 기존의 블랙 탄소와는 달랐다. 블랙 탄소는 유기 물질의 불완전 연소 시 발생하는 탄소 성분들을 총칭한다. 블랙 탄소는 태양 빛을 흡수해 열로 바꾸는 이른바 온실효과의 주범이다. 이산화탄소에 이어 지구 온난화에 두 번째로 큰 영향을 끼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새롭게 발견한 암갈색 탄소 분자는 1개 입자 당 빛 흡수량은 블랙 탄소보다 약간 적었다. 하지만 산불 연기 속에서 차지하는 양은 무려 4배나 더 많았다. 또 암갈색 탄소는 태양 빛의 근적외선에서 자외선, 가시광선까지 전 파장의 빛을 흡수해 열로 방출한다. 심지어 보통 유기 에어로졸들이 대기 중에서 하루 정도만 지나면 태양 빛에 의한 광화학적 표백(photochemical bleaching) 작용으로 빛 흡수 능력을 상실하는 반면 암갈색 탄소는 이에 대한 저항 능력을 갖추고 있어 훨씬 오래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지구상에서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초대형 산불들이 지구 온난화에 훨씬 더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산불 연기에 포함된 암갈색 탄소의 예기치 못한 영향을 감안해 기존의 기후 모델에 대한 수정을 논의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산불의 지구 온난화에 대한 영향과 기후 변화 완화 노력의 시급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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