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한국경제는 저조한 내수경기 및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지연으로 부진한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한국개발연구원(KDI)
기업들이 미래 투자 방향을 결정하고 경영전략을 세우는데 밑바탕으로 삼는 국책·민간 경제연구소의 경제전망이 엇갈려 기업들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민간 경제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KERI 경제동향과 전망 : 2023년 3분기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역대 최저 수준인 1.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가 연내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내수·수출 모두 동반 부진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경제성장률 1.3%는 금융위기(2009~2011), 코로나19(2020~2021) 등 경제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숫자다.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된 경제 여건의 부실화와 성장 모멘텀 약화,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 지연이 겹치면서 연말까지 경기 반등은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경연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부재 ▲미 연준의 금리인상 지속 ▲부동산 불황으로 실물경기 위축 ▲부채 연체율 급등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 상승 등 경제성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성장률의 0.1~0.2%포인트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상황을 좀 더 낙관적으로 봤다. KDI는 이달 새롭게 수정해 제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 5월 제시한 1.5% 그대로 유지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현 경제상황을 인식했다. 또 "상반기에 경기 저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에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부부문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의 성장세가 확대됨에 따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1분기 대비 0.6%(연율: 2.4%) 증가하는 등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경기 부진 완화는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감소폭이 줄면서 제조업의 성장세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이에따라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기존 전망(1.1%)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의 양호한 성장세가 유지됨에 따라 하반기 상품 수출 역시 기존 전망과 유사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 역시 한경연과 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한경연은 제조업 성장세 확대 보다는 내수침체와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라 반도체 외 투자가 모두 급감하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2.3%로 역(逆)성장할 것이라는데 주목했다. 수출 역시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미약한 수준이라 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기업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명목임금상승률 정체, 고물가 등으로 인한 실질구매력 약화로 소비여건 역시 극도로 위축돼 내수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소비·투자·수출 등 국내 경제를 이끄는 '삼두마차'가 모두 약해지는 '트리플 약세'를 진단한 셈이다.
다만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위험요인으로는 국책·민간 연구소 모두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부재 및 중국의 경기 부진을 꼽았다. 우리나라가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만 아직까지는 의존도가 큰 만큼 중국의 경제성장 부진이 우리나라 경제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경기반등 무산 영향이 미국 등 주요 교역국으로 파급된다면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물가 상승세가 확대돼 주요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경우, 경기불황과 고금리 상황 지속에 따라 연체율 급등 및 금융기관 부실화로 금융위기 리스크가 커지는 것도 우리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971년 정부가 세운 국내최초 사회과학분야 싱크탱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81년 전국경제인연합이 만든 국내 최대 민간 경제연구소다. 각각 정부와 민간을 대표하는 두 기관은 40년 넘게 협력과 경쟁을 되풀이해 왔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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