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개입엔 정면 반박
"원칙적으로 빨리 공론화했을뿐 정무적 고려 없어"
경남은행에서 562억원 규모 횡령이 발생하고 대구은행에서 고객 몰래 계좌를 불법으로 개설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은행권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 핵심 업무에서 발생한 사고는 가능한 법령상 최고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10일 인천 서구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업무협약식' 후 "여·수신 과정에서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것은 은행의 기본이자 핵심 업무"라며 "횡령한 본인은 물론 그 관리자, 그리고 그 은행이 이를 꽤 일찍 파악했음에도 당국에 보고를 늦게 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법령상 허용되는 최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경남은행에서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맡은 직원이 562억원가량 횡령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2007년부터 이 직원은 부동산 PF업무를 도맡았지만 경남은행은 직무 순환은 물론 이에 대해 금감원에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대구은행은 일부 직원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고객 요청 없이 고객 문서를 1000여건 이상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다만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의 대상이 최고경영자(CEO) 등 최고위층까지 포함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원장은 "은행업·증권업의 본질과 관련한 실패에 대해서는 최대한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며 "그와 달리 은행의 일종의 부수 업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최고위층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현재는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흘러가며 과도한 제재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은행권에서 사고가 잇달아 터지자 금감원도 검사를 미흡하게 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경남은행 횡령 등은 사실 최근 금융권 내부통제 개선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 생기기 전부터 지속된 것이었다"라며 "앞으로 검사를 철저히 하고 조사를 철저히 하는 한편 지금 이 시점에 모두 발본색원해서 걷어낸 다음에 새로 운영과 관행들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KB금융 지주 회장 선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최근 금감원은 KB국민은행 직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주식을 매수한 혐의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금감원이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에 간접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KB금융지주 현 회장의 용퇴 시점, 숏리스트에 포함된 회장 후보군 중 미공개 외부인사 등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며 "일탈 및 비리의 공론화는 가능한 빠른 시점에 말한 것뿐 시기나 방법 등은 원칙적으로 처리했고 이로 인한 사회적, 정무적 파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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