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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LK-99 국내 검증, 재료 못 구해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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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초전도저온학회 측 밝혀
"연구소 측과 협조 전혀 안 돼"
해외선 부정적 소식 잇따라

국내 한 벤처의 상온ㆍ상압 초전도체(LK-99) 개발 주장에 대한 우리나라 학계의 검증 작업이 재료를 구하지 못하면서 지연되고 있다. 개발자인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협조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선 부정적 검증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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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의 상온 초전도성 여부를 검증 중인 최경달 한국초전도저온학회장은 10일 오전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시연 및 검증 작업에 앞으로 최소한 2~3주 이상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우선 연구소-학회간 검증 작업에 전혀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회는 지난달 말 이메일을 통해 연구소측에 LK-90 시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해외 학술지 게재를 위한 논문 심사가 끝난 후 2~4주 후에 보낼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다. 최 회장은 "연구소 측에 빠른 검증을 위해 시료 제출 시간을 당겨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면서 "언론을 통해 '검증 계획서를 내면 검토해보겠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공식적으론 아무런 요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학회 측은 김창영 서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검증위원회를 통해 독자적으로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구소가 밝힌 논문상 제조법에 따라 LK-99를 재현해 초전도성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주요 재료인 황산납을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어 중국에서 수입하느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다음 주 초 중국에서 섭외한 황산납이 국내에 도착한 후 합성을 시작할 계획"이라면서도 "합성 작업에만 3~5일 이상 걸리며 언제 검증 작업이 끝날지는 아직 확답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또 테마주 등장 등 국내 주식시장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 "학술적 문제인 만큼 검증이 마무리될 때까지 신중히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소셜미디어(SNS) 메시지가 '가능성'을 주는 메시지로 읽혀 주가가 폭등했고 지난 9일엔 메릴랜드대의 부정적 SNS가 나오자 반대로 폭락했다"면서 "학술적인 입장에서 보면 두 군데의 메시지 모두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특성상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학회가 발표했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구소 측이 지난달 22일 사전 논문 게재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게재한 논문대로라면 LK-99를 상온ㆍ상압 초전도체로 보기에 데이터가 부족해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구소 측이 원시료 데이터를 제공해 객관적으로 교차 검증하는 것"이라면서도 "논문이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작성된 것이라면 상온 초전도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구소 측 내부 갈등설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소통을 못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날 연합뉴스는 고려대 측이 첫 번째 논문의 공동 저자인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의 연구 윤리 여부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연구소 측은 이같은 학회의 입장에 관해 묻는 아시아경제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연구소 관계자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에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부정적인 검증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2대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지난 4일(현지 시각)과 8일 각각 기사를 내 각종 검증 결과를 소개하면서 "심각하게 회의적"이라는 국제 과학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사이언스는 '상온 초전도체의 짧고 화려한 삶'이라는 논평을 통해 사실상 부정적인 결론에 무게를 뒀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도 지난 8일과 9일 SNS를 통해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 게임이 끝났다"고 단언했다. CMTC는 대만국립대(NTU)와 중국 베이징대 국제양자물질센터(ICQM), 인도 국립물리연구소(NPL)가 공개한 LK-99 초전도성 검증 결과들을 근거로 들며 이같이 언급했다.


앞서 연구소 측은 지난달 22일 동료 검증없이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아카이브에 섭씨 127도 이하의 상온, 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인 LK-99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 2편을 게재했다. 국내외에 별 반향이 없다가 지난달 25일부터 미국의 토론 사이트 '레딧'에서 거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초전도체는 영하 200도 안팎의 온도에서 전기 저항 0, 강한 반자성 효과(마이스너 효과·Meissener effect), 공중 부양 후 위치가 고정되는 플럭스 피닝(flux pinning·자기 선속 고정) 현상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영하 200도 안팎의 극저온 또는 초고압에서만 구현할 수 있다. 상온·상압에서 쓸 수 있다면 에너지·소재 혁명을 일으킬 수 있어 물리학의 성배(the Holy Grail of Physics)로 불린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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