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 선진국 사례 공부하러 일본 출장
"다른 변호사들 관심 계속 촉구해야"
법률플랫폼 로앤굿의 민명기 대표는 지난달 13~18일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 법률플랫폼 ‘벤고시(변호사)닷컴’을 상장시킨 최고법률책임자(CLO)와 오사카 지방변호사회 관계자, 일본 개업 변호사 5명, 리걸테크(법률+테크) 회사 대표 등을 만났다.
일본은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시장 내 수임료 문제가 발생하는 등 국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지만 현재 리걸테크가 유망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벤고시닷컴은 일본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민 대표는 "일본은 변호사단체가 온라인 웹사이트를 활용한 법률 서비스에 대한 활용 지침을 냈고, 이번에는 법무성이 인공지능(AI) 계약서 심사에 대한 합법 가이드라인을 냈다. 이미 10년 넘게 이렇게 해오고 있는데 이게 우리나라와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변호사단체 회의록을 봐도 리걸테크 회사 대표들을 초청해 공개적인 논의를 하고 법무성 차원에서도 리걸테크 쪽이나 다양한 정부 부처들을 불러 회의를 많이 했다"면서 "우리나라 변호사협회는 단 한 차례도 리걸테크 회사를 초청해 세미나 혹은 공개회의를 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 대표의 지적처럼 일본과 달리 국내서는 리걸테크 업계와 대한변호사협회가 2년 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법무부가 징계위원회를 열고 법률플랫폼 이용 변호사들에게 변협이 내린 징계 처분이 적절한지 논의했으나 결정이 미루어졌다. 공식 결론이 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리걸테크 업계는 가이드라인을 정해달라고 호소한다. 민 대표도 "‘규제 기관으로서 혁신을 허용할지 말지 판단해줄게’하는 스탠스(입장)와 ‘혁신을 어떻게 만들면 될지 고민하고 권고해줄게’는 완전히 다르다"며 "사법적 판단은 이미 벌어진 행동에 대해 사후에 평가하는 건데, 리걸테크와 혁신은 사법적으로 판단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동종업계에서도 두드러지게 변협을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변협에 ‘날 제명하라. 법무부 이의신청 대신 행정소송을 하겠다’ ‘변협이 지면 집행부 총사퇴하라’ 등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그는 "리걸테크 논의를 보면 변협의 논리가 있고 리걸테크 업계 논의가 있는데 법률플랫폼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 중 변호사는 저밖에 없다"며 "다른 변호사들의 관심을 계속 촉구해야 하는 입장이라 그렇다"고 설명했다.
변협과의 갈등, 정부의 중재력 부재 속에서 리걸테크에 대한 투자 의욕은 사라지고 투자 유치도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민 대표는 로앤굿을 ‘종합 법률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지난 3일에는 AI 솔루션 개발 기업 위커버와 합작법인 ‘리걸AI’를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고, 무료 AI 법률상담 챗봇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소송금융 서비스도 론칭해 운영 중이다. 민 대표는 "로앤굿은 애초 변호사가 아닌 ‘의뢰인’을 보고 만든 것"이라며 "국민들이 법률서비스를 누리는 프로세스대로 사업을 확장해 편리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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