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 횡령' 강제 소환된 유혁기
25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2014년 사망)의 차남 혁기(50)씨가 검찰에 구속됐다.
인천지검 형사6부(손상욱 부장검사)는 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법상 횡령 혐의로 유씨를 구속했다. 윤정인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유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컨설팅 자문료나 사진 판매 대금이 개인 계좌 등으로 오고 간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계열사나 대표들에게 이를 직접 지시한 사실이 없고 개인적으로 자금을 쓴 내역도 전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비행기에서 집행된 체포영장에 범죄인 인도가 허용된 범죄에 포함되지 않은 조세포탈 혐의가 적시됐다"며 체포영장 집행의 적법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아버지의 측근인 계열사 대표들과 공모해 컨설팅 비용 등 명목으로 모두 250억원을 받아 개인 계좌나 해외 법인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에는 그가 아버지의 사진 작품을 제작한 미국 아해 프레스(AHAE PRESS)INC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계열사로부터 사진값 선급금 명목으로 받아 챙긴 금액 등도 포함됐다
당초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유씨의 범죄 혐의 액수를 559억원으로 특정했으나 한국과 미국이 맺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혐의 액수가 290억원으로 줄었다.
이 조약 15조(특정성의 원칙)에 따르면 범죄인은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 추가 범죄로 인도 청구국에서 처벌받지 않는다. 추가 범죄로 기소하려면 미국 당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이후 유씨 공범들의 재판 판결문을 토대로 횡령 금액을 다시 산정해 구속영장의 혐의 액수를 250억원으로 명시했다. 또 수사를 거쳐 유씨의 추가 혐의가 인정되면 미국 정부 동의를 받아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유 전 회장 일가를 지목하고 경영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유씨가 아버지 유 전 회장을 이은 사실상의 경영 후계자라고 판단하고 미국 측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세월호 참사 후 9년 만에 그를 강제송환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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