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년 동안 성과 없는 공수처, 수사력 한계 드러내
2021년 출범 이후 첫 인지수사에 나섰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현직 고위 경찰 간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가 진행한 첫 인지수사에서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공수처 무용론이 힘을 얻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는 지난 2년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공수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다. 여기에 공수처가 심혈을 기울인 김 경무관 수사에 대해 법원이 "뇌물공여자가 향후 형사사건에서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면서 금품을 건넸지만, 실제 알선행위가 이뤄졌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공수처로서는 치명적이다. 공수처가 증거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구속영장부터 청구했다고 해석되는 것으로, 공수처의 부실한 수사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김 경무관은 2020년부터 최근까지 중소기업 사주 A씨에게서 수사 관련 민원 청탁을 받고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앞서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의 사건 무마 청탁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경무관의 이런 별개 혐의를 포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것이다. 김 경무관은 당초 강원경찰청에 재직하던 지난해 6월 이 회장에게서 경찰 수사 무마 대가로 3억원을 약속받고 이 중 1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윤 부장판사는 김 경무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후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A씨로부터 고액의 금전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A씨는 향후 형사사건 등의 분쟁에서 피의자의 도움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 고위 간부인 피의자가 향후 A씨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봤다. 다만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수령한 돈이 다른 경찰관의 사건 처리 과정과 연관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가 실제 사건을 잘 봐달라는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공수처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대해서도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공수처 현원은 정원인 25명보다 4명(부장검사 1명, 평검사 3명) 적은 21명이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공수처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아직도 수사체계의 틀이 잡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 후 청구한 고위공직자 구속영장 3건이 모두 기각당하는 ‘3전 전패’를 기록한 것이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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