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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신림동 흉기난동, 예외적 일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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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3)은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경찰에 "난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행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애초에 없다. 그의 말에서 주목되는 점은 ‘불행’보다는 ‘남들도’라는 비교의 심리다.


‘행복하려면 비교를 멈추세요. 자기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세요. 세상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라고 쓰고 있는, 수백 수천 권의 자기계발서는 조씨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난 남들보다 불행하다’는 정서는 어쩌면 현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한국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사촌보다, 이웃보다, 북한보다 잘살아 보자는 경쟁적 비교 심리는 한편으론 한국경제 기적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초동시각]신림동 흉기난동, 예외적 일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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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등장은 비교 심리의 증폭 계기가 됐다. 일단 비교의 대상이 너무나도 많아져 버렸다. 예전에는 이웃·지인 정도만을 상대로 이뤄지던 비교가 이젠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지게 됐다. 신상품, 해외여행, 맛집 등 SNS에 끝없이 전시되는 행복과 낭만은 보는 이를 즐겁게도 하지만 한편으론 괴롭게도 한다. SNS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새로운 서막이었다.


비교 심리가 삶에 목적을 부여하고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쉬이 부인하긴 어렵지만,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 중산층의 절반가량(45.6%)은 자신을 하위층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중산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의한 중산층인 균등화 중위소득 75~200% 사이 소득계층을 중산층 기준으로 적용한 것이다. 자신을 하위층이라 여기는 중산층의 비율은 2020년 조사 땐 40.5%였다. 중산층의 계층 인식은 시간이 갈수록 하향화가 이뤄지고 있고, 그만큼 불행도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지난해 9월 발간한 ‘2022 중산층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 응답자는 "월 소득이 686만원(4인 가구 기준)은 돼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686만원은 가구 소득 상위 24% 수준이다. 순자산이 4인 가구 중산층이면 9억4000만원쯤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는 실제론 상위 11% 수준이다. 연구소 또한 이를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비교 대상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평균의 기준점까지 높아져 버렸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인정욕구를 충족해온 사회적 구조는 이 지점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소환되는 개념 중에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1명의 사망자가 나온 사고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이 경상을 입었고, 같은 원인으로 다칠 뻔한 사람은 300명이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사건에는 여러 차례 경고성 전조가 있고, 이를 내버려 두면 큰 재해가 생긴다는 것이다. 신림동 사건은 별종이 저지른 ‘묻지마 사건’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 예외적 일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대에 잠재하고 있는 보편적 위험이다. 보편화된 위험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누구의 역할이고 책임인지는 굳이 지적할 필요가 없다.


이슈2팀장





김동표 이슈2팀장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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