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주년 기념전 : 화가 임군홍 = 예화랑이 정전 70주년 기념전으로 '화가 임군홍'전을 선보인다. 임군홍이 남긴 1930~1950년대 그림 120여 점을 전시한다.
화가 임군홍(1912~1979)은 월북 화가로 국내에서 잊힌 작가다. 1930~40년대 서울, 베이징, 톈진, 신징(만주국 수도, 현 창춘)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화가였다. 중일전쟁(1937~1945)이 한창이던 때 우한에 살고 있던 조선인 화가로, 마치 '시간 여행자'처럼 살았던 인물이다.
서울에서 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10대에 급격히 가세가 기울면서 소년가장이 됐다.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학업을 포기, 외가 친척이 운영하는 치과 병원에서 기공사로 일하며 화가와 거리가 멀게 생활하던 그가 미술가가 된 건 주교공립보통학교에서 만난 김종태와 윤희순 덕분이었다. 조선미술전람회가 낳은 스타 화가, 그리고 작가이자 및 평론가로 활동한 존경받는 미술인을 만나며 이들의 영향 아래 임군홍은 보통학교 졸업 후에도 화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유화를 배우고 야간 학교를 다녔다.
1936년 치과 기공사로 일하면서 만난 간호사 홍우순(1915~1982)과 5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 홍우순은 결혼 전부터 이미 임군홍의 작품에 반라(半裸)의 모델로 등장하는 대담한 ‘신여성’이었다. 임군홍이 1937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작품 '소녀상'도 그의 아내가 모델이다.
이후 임군홍은 미술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디자인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이 번창하며 중국 진출을 꿈꿨고, 전쟁통인 우한에 터를 잡았다. 돈은 벌었지만, 중일전쟁이 한창인 우한에서 만난 현실은 끔찍했다. 그는 가슴에 상처를 입은 벌거벗은 여인, 나병에 걸려 길거리를 헤매는 행려병자의 참혹한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 조선이 해방되고 중국 내전이 본격화될 무렵 임군홍은 서울로 돌아왔다. 1946년 귀국 후 광고, 디자인, 인쇄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던 중 뜻밖의 일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1948년 초 운수부(교통부)의 신년 달력을 제작하는 데 최승희 사진을 활용했다는 이유로 검거됐다.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는 이미 1946년 7월 좌익계 인사였던 남편 안막과 함께 월북한 상태였다. 인기 모델을 활용해 달력을 제작한 것뿐이었겠지만, 이 정치적 문제로 그는 수개월 옥고를 치렀다. 좌익이란 낙인은 그를 북으로 가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잊혀진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호명돼 관객 앞에 돌아왔다. 전시는 9월26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12길 예화랑.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 '#2' = 두산갤러리는 8월 30일까지 신진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인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 전시 '#2'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의 12회 참가자 이미지, 이민아, 이민주의 공동 기획 전시다.
이번 전시는 희곡이 그려내는 시공간 속에서 함께 읽기를 시작하여, 전시라는 사건이 촉발하는 극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현실의 사건을 가리키는 동시에 허구적 공간을 상상하는 배해률의 희곡은 이 전시를 구축하는 공동의 씨앗이자 사유의 지지체가 된다. 곽소진, 리에 나카지마, 이경민, 정철규는 이러한 텍스트의 열린 구조에 응답하며 하나의 장면을 단서 삼아 각자가 주목한 시간의 파편들을 건져 올린다. 이들의 작업은 저마다의 언어와 속도로 다른 시간대를 경유하며 전시장의 풍경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희곡은 공동 창작의 과정에 따라 타자를 통해 발화되고 상연됨을 전제로 한다. 한 시점에서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유기적인 이미지를 산출하는 이야기 형식이다. '#2'는 극의 문법을 빌어, 보이는 장소로서 존재하는 전시가 어떤 바라봄의 행위를 추동하는지 질문한다. 전시는 관객이 텍스트에서 출발한 일련의 이미지를 마주하며, 읽지 않은 텍스트를 복기해 보길 요청한다. 또한 ‘바라봄’의 행위를 수행하는 전시장의 몸이 작품의 신체와 어떤 방식으로 운동하며 서로를 또 하나의 장면으로 연루시키는지 실험한다.
전시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을까? 하나의 장면으로부터 사건을 상상하며 구현된 4인의 이미지는 텍스트가 담은 사건을 재현하는가, 혹은 또 다른 사건을 발생시키는가? '#2'는 발췌된 풍경을 통해 희곡이 갖는 특정한 사건의 서사를 분절시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완성된 이야기로부터 벗어나기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이미지에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과 ‘전시’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전시는 8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종로33길 두산갤러리.
▲채온 개인전 'FULL BLOOM' = 표갤러리는 8월 3일부터 30일까지 채온의 개인전 'FULL BLOOM'을 개최한다. 채온은 2015년 개최된 제1회 서울예술재단 포트폴리오 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작가는 회화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다시 숨기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은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회화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뒤집는다. 머릿속 생각을 최대한 캔버스에 옮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직관적인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목표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어떠한 관습적인 지식이나 클리셰로부터 벗어나 즉흥적이고 우연한 순간을 그리고자 한다.
언제부터인가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꽃'은 주요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록색 풍경'과 '물의 속삭임'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자연을 그려왔고, 이후 더욱 구체적인 자연물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마침내 캔버스 위에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무한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만개'한 꽃이 됐다.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붙잡을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갈망, 희망과 허무함의 감정을 담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작가를 둘러싼 모두를 대변하는 소재이고, 현실 속 식물이 지닌 특성에서 벗어나 캔버스 위의 물감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는 영원할 수 없는 것들을 영원하게 만들고자 고민했던 결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영원성에 대한 고민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에서도 계속된다. 이들은 현존하는 물질성을 벗어나 영원에 가까워지려는 존재의 상징과 같다. 인간의 본질적 유한성과 이로 인한 심리적 고뇌, 수용과 자포자기, 극복과 승화를 표현한다. 또한 작가 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반영한다.
보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가의 작품들은 의도, 관례, 관객의 지각과 정서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전시는 8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표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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