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짧다" 학생 복장지도 중학교 교사,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고발돼

학부모 "다른 교사 앞에서 지적…정서적 학대"
교사 "자존감 바닥…우울증 생겨 치료 중"

학생의 복장 상태를 지도한 중학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됐다. 학부모는 이 교사가 생활지도를 이유로 학생들에게 막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전남의 한 중학교 생활지도 담당인 A 교사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A 교사는 지난달 7일 동료 교사 2명이 함께 있던 교무실에서 B양의 옷차림에 대해 지적해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 학교의 생활부장인 A 교사는 B양 등 학생 3명의 복장 상태에 대해 지적하던 가운데 B양의 반바지가 짧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 전경[사진출처=연합뉴스]

이에 B양의 부모는 '딸이 다른 선생님들이 보는 데에서 복장을 지적받아 수치심이 들었다'며 이는 A 교사가 정서적 학대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은 A 교사가 명확한 복장 규정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평소에도 생활지도라면서 제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B양의 부모는 A 교사가 휴대전화로 B양을 폭행했다는 주장과 함께 A 교사와 B양의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B양의 부모는 "해당 교사가 3월에 이 학교로 왔는데, 학대 행위라고 생각할만한 폭력적인 행위가 여러 학생에게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학기 초부터 그런 행동이 반복적으로 행해졌고, 피해 학생도 여러 명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교사가) 처음에는 문자로 사과했고 이어 교장 면담 때도 사과했지만 아이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는 등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해당 교사가 학교에 남아 있어 전학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우선 교과수업 배제로 A 교사를 B양으로부터 분리했으며, 도 교육청도 학생 상담 등 후속 조처를 진행 중이다.

A 교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생에게 상습적인 욕설이나 체벌을 한 적 없다"며 "여러 차례 학생과 부모에게 사과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그는 "교사로서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할지 난감하다"면서 "우울증까지 생겨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0조는 '누구든지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의심'만으로도 아동학대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종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도 고소인이나 신고자를 무고로 처벌할 수가 없다.

경기교사노조가 지난 3월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전국 시도교육청에 요구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수사받은 사례는 1252건에 달한다. 이 중 경찰이 종결하거나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례는 676건(53.9%)으로 절반을 넘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