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져 아수라장
보수 측은 '축제', 진보 측은 '탄식'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있던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선고를 두시간여 앞둔 낮 12시께부터 시민단체, 유튜버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탄핵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외치며 서로에 대한 비방도 서슴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며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선고가 예정된 오후 2시를 앞두고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한 보수단체 활동가가 오후 1시30분께 마이크를 들고 "극좌 유튜버들이 '개딸'의 지지를 받아 어그로(관심)를 끌고 있다. 뗏법 소추한 이들을 우리 국민은 반국가세력이라 부른다"고 선창하자, "탄핵, 기각"이라는 구호가 뒤를 이었다. 신자유연대와 엄마부대, 대한민국애국순찰팀 등 보수 성향 단체가 주를 이룬 가운데 진보 성향 유튜버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보수단체 활동가가 진보 성향 유튜버들을 향해 "빨갱이 냄새가 난다"고 조롱하자 유튜버들이 흥분해 "우리가 빨갱이면 네가 신고해봐라"며 역정을 냈다.
좁은 장소에 사람이 밀집하며 행인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헌재 앞 왕복 4차선 차도의 양 끝 차선은 주차된 경찰 기동대 버스와 시위대의 차량으로 가로막혔고, 인도 역시 집회 참여자 등으로 가득 찼다. 한복을 차려입고 놀러 온 외국인들은 수많은 경찰과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빨리 현장을 탈출하려는 듯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오후 2시 10분께 이 장관에 대한 선고가 시작됐단 소식이 들리자 양측 지지자들 모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5분가량 지나고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진보 성향 유튜버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내 탄핵 기각이 확정되자 양측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보수단체들은 "이제 이재명 구속까지 갑시다!"며 환호성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축제 분위기를 보였다. 반면 진보 유튜버 측은 "159명이 죽었는데 탄핵이 안되는 것이 말이 되냐"며 허탈해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군중들의 감정이 고조된 가운데 유가족과 경찰 간 충돌도 일어났다. 경찰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려는 한 유족을 시민으로 오해, 출입을 저지하자 유가족들이 "경찰이 왜 유족을 막냐"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소란이 한풀 꺾이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돌발상황도 벌어졌다. 한 보수단체가 현장을 떠나며 차량에 달린 스피커로 노래를 부르며 조롱한 것이다. 이에 흥분한 유가족들은 차도로 뛰쳐나가 차량을 가로막으며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몇몇 유가족은 거품을 물고 실신해 구급차로 급히 호송되기도 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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