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해진공, 경영권 공동매각 공고
자산 25조9000억…M&A시장 대어
SM그룹, 인수시 재계 13위로
현대차그룹, 정통성 승계 명분
포스코그룹, 해운·물류업 의지
CJ·LX 등도 인수 후보자로 거론
HMM (옛 현대상선) 매각 작업의 막이 올랐다.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힌 SM그룹은 물론 내부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해온 대기업들이 다수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대어로 꼽히는 만큼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0일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이들은 지난 4월10일 삼성증권 등과 매각자문단을 구성, 연내 HMM 경영권 매각에 착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경영권 매각 절차는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개경쟁입찰로 진행한다. 먼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최대 규모 해운사인 HMM은 작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25조9000억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순위 19위에 자리하고 있다. 인수만 하면 단번에 기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유력 후보는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한 SM그룹이 꼽힌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최대 4조50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가격까지 제시하면서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SM그룹은 자산 16조5000억원(30위)으로 HMM을 인수하게 되면 CJ그룹(40조7000억원)을 앞서면서 재계 순위 13위로 껑충 뛰어오를 수 있게 된다.
다만 해운업계에서는 SM그룹이 HMM의 몸값을 너무 과소평가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우 회장이 SM그룹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승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호황기 때 HMM은 가치가 10조원이 넘는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 반값 이하로 사겠다는 것이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 후보군으로는 재계 순위 3위의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5위)이다. 현대차그룹에 HMM인수는 해운업 진출이라는 단순한 사업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예전 현대의 영토를 되찾는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HMM의 옛 이름이 바로 현대상선이다. 현대상선은 과거 현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였다. 현대차가 인수할 경우 과거 현대그룹의 정통성 계승한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다. 또 벌크선 사업을 하는 현대글로비스와 시너지도 기대된다.
포스코그룹은 해외에서 대부분 원료를 들여오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해운·물류업 진출을 타진해왔다. 2003년 일본 미쓰이물산과 합작으로 포스코플로우를 설립해 물류업에 진출한 바 있다. 다만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사업 전개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HMM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CJ 그룹과 LX그룹(44위)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장금상선을 비롯한 다른 해운사들은 이번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점유율이 늘어나면 규제도 늘어나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란 분위기다.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HMM의 매각 지분은 총 3억9900만주로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기준 지분율 약 38.9%다. 여기에 2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가량을 주식으로 전환한 후 나머지를 보유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인수가를 대략 최소 4조5000억원에서 최대 8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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