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한 글자에…미군에 갈 이메일, 러 동맹국에 대거 전송

아프리카 국가 '말리'로 오전송
'.MIL' 대신 '.ML'로 잘못 입력
민감한 정보 포함된 메일도 다수

오타 한 글자 때문에 미군이 받아야 할 이메일 수백만통이 러시아의 동맹국인 말리로 대거 전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국방부 직원들이 받아야 할 이메일 수백만통이 도메인(인터넷 주소) 오타로 인해 서아프리카 국가 말리의 이메일 계정으로 보내졌다.

미군이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는 '군(military)'을 뜻하는 '.MIL'로 끝나는데, 발신자가 이를 말리의 국가 도메인인 '.ML'로 잘못 입력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말리는 과거 식민 지배국이었던 프랑스에 대한 반감이 높다. 러시아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말리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오전송 된 이메일에는 기밀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민감한 정보가 다수 들어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메일에는 미군 시설의 지도나 고위 장성의 출장 계획, 신원 관련 문서, 비밀번호, 의료나 재정 관련 등의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특히 잘못 전송된 이메일 중 하나에는 제임스 맥콘빌 미국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5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묵었던 호텔 방 번호를 포함하고 있었다. 오전송 된 이메일 중 일부는 정부 내부 직원이 발신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안은 2013년부터 말리의 국가 도메인을 관리해온 네덜란드 기업가 요하네스 쥐르비르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쥐르비르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지난 1월 이후에만 국방부 내에서 말리로 발송된 이메일이 11만7000통에 달했다면서 매년 많은 국방부 이메일이 말리로 보내지고 있다고 밝혔다. 쥐르비르는 올해 초부터 말리 주재 미국 대사관을 비롯해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에 이 같은 사실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는 통제 대상인 국가안보 정보가 이메일 오전송으로 허가 없이 공개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보고된 오전송 이메일은 국방부 공식 이메일 계정에서 발송된 것이 아니라 지메일이나 야후 등 개인 계정에서 보내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에서 통제 대상 정보가 허가 없이 공개되는 것을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오타에 따른 오전송을 막기 위해 국방부 내에서 작성된 이메일이 '.ML' 도메인의 이메일로 전송되는 것을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