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일 피해 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비리와 부정이 드러난 이권 카르텔에 투입되는 보조금을 전부 폐지해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구조와 복구작업 그리고 피해자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날 국회의는 TV로 생중계됐다. 녹색 민방위복을 입은 윤 대통령은 '보조금 전부 폐지'를 언급할 때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의 피해 조사 후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심의를 거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의 건의로 대통령이 선포한다. 긴급조사반이 지난 16일 경북, 충북, 충남, 전북, 세종까지 다섯 군데에 파견돼 조사하고 있고, 폭우가 다시 내리지 않으면 이날 피해 규모 확인이 종료될 예정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조만간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권 카르텔 보조금을 이번 수해 피해 보전을 위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이 지목한 이권 카르텔은 지난달 발표된 비리와 불법이 드러난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태양광 관련 사업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경북 예천군 감천면 산사태 피해 현장을 둘러본 이야기도 전하며 재난관리 체계 개선도 주문했다. 그는 "평소에도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협업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무원들의 재난 대응 방식을 비판하며 체질 개선을 지시했다. "전례 없는 이상기후에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며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며 공무원들의 인식개선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모든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장마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며 "첫째도 국민 안전, 둘째도 국민 안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 산림청 기관장들은 각 기관 모든 부서의 인적자원을 총동원하라"며 "국민 안전이 경각에 놓여있는 비상 상황이다. 군도 동원되고 있는 상황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가 '위험 지역에 대한 관리 부실', '선제적 대피 조치 미흡'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전날 윤 대통령이 집중호우 대응을 비판한 직후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사망사고 감찰에 착수했다. 지자체와 경찰·소방의 안전조치 내역을 살펴볼 계획이다. 미호강의 임시 제방 공사와 관련된 행정기록도 조사 대상이다. 특히 교통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미리 들어왔음에도 왜 적시에 안 됐는지 경위를 밝히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사고 발생시간(15일 오전 8시40분)보다 1~2시간 가까이 빠른 사고 당일 오전 7시2분과 7시58분에 이미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와 '궁평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각각 한 차례씩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바 있다. 그러나 궁평지하차도와 관련한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도심에서 가까운 궁평1 지하차도 인근 등 엉뚱한 곳으로 간 사실도 감찰 결과 드러났다.
국조실 관계자는 "결과가 나오는대로 국민 여러분께 신속하고 투명하게 알려드리고, ▲징계 ▲고발 ▲수사의뢰 ▲제도개선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공무원들이 도로와 제방 관리에 소홀한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입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순방에서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국내에서 수해 피해를 입었는데 귀국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찾았다는 야권의 비판을 인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파견돼 우리와 함께 싸운 것을 언급하며 "가장 힘들 때 국제사회가 내밀어준 손길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잘 아는 우리 국민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찾아가 책임 있게 기여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실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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