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고점론'에 만기 1년 이상 예금 인기
올 상반기 장기예금 증가세, 단기예금 감소세
#직장인 황신영씨(27)는 최근 연 4% 금리의 2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예치 기간이 긴 편이었지만 이자를 가장 많이 주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고 생각해 오래 묶어둘 생각으로 장기 예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장기 정기예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만기 1년 이상인 은행권 정기예금에 631조원 넘는 돈이 몰리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예금은행 만기 1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631조4051억원으로 해당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1년 이상 2년 미만이 575조318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2년 이상 3년 미만이 30조1867억원, 3년 이상이 25조899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증가세도 뚜렷하다.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은 지난해 10월 5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올해 1월 539조원→2월 545조원→3월 554조원→4월 558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반년 새 50조원 이상 불어났다. 2년 이상 3년 미만·3년 이상 정기예금도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예금 규모는 감소하고 있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지난해 11월 252조6990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올해 1월 205조원→2월 195조원→3월 180조원→4월 171조원→5월 169조원으로 내려앉았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 상품도 올해 2월 186조원에서 지난 5월 178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장기 정기예금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이유는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낮기 때문이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는 언제든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예금으로 이동하기 위해 만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가려고 한다.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7월 연 2.83%에서 같은 해 12월 연 4.29%로 매달 꾸준히 올랐는데, 이 기간 전체 정기예금 증가분(119조원)의 절반이 6개월 미만 단기예금(62조원) 몫이었다.
반면 금리 상승세가 주춤할 때는 고금리 상품에 오래 묶어두는 것을 선호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계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고 앞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고점일 때 최대한 장기로 가입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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