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하락세로 돌아서
납품대금 깎아주는 사례 발생
中企업계는 전기료 반영 원해
납품대금 연동제가 오는 10월부터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하락세로 중소기업들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원자재 가격 인하에 따라 납품대금을 깎아준 사례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물품을 납품할 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인 중소기업은 납품대금에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중소기업계는 2008년부터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제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제도 도입이 무산됐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이 통과되면서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에 성공했다. 문제는 이 법에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상승했을 때뿐만 아니라 하락했을 때도 변동분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해야 한다고 규정한 점이다. 즉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깎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원자재가격정보 지수를 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3월에 최고점인 133달러/dt를 찍은 후 7월 현재 111달러/dt로 16% 이상 떨어졌다. 지난 1월 t당 2330달러까지 납 가격은 현재 2115달러로 9%가량 떨어졌고, 알루미늄은 같은 기간 t당 2636달러에서 현재는 2236달러로 15% 하락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t당 1030달러까지 치솟았던 펄프가격은 지난달 기준으로 565달러로 반토막 났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1월 시행한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 분석 결과'를 보면 연동 대상이 되는 원재료로는 철강류(49%)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 동·알루미늄·납 등과 같은 비철금속(31%)이 차지했다.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주기로는 분기별(39%)이 가장 많았고, 1개월로 정했다는 응답도 29%에 달했다.
또 원재료 가격 변동률에 따른 조정 요건은 '0%'라는 답변이 48.6%로 가장 많았다. 조정 요건이란 납품대금 연동을 맺은 원재료 가격의 변동 수준을 뜻한다. 조정 요건 0%는 원재료 기준가격이 1원만 오르내려도 납품대금을 조정하기로 정했다는 뜻이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5% 상승 또는 하락했을 때 납품대금을 조정하기로 정했다는 응답(28.8%)이 두 번째로 많았다.
법 시행은 오는 10월부터지만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에 동참하는 기업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위탁기업은 96곳, 수탁기업은 965곳으로 이미 총 1000여곳이 시행 중이다. 원자재 가격 하향세가 이어진다면 납품대금 연동제는 중소기업에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노형석 중기부 거래환경개선과장은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업 300여곳의 실적을 받아보니 실제로 대금을 인하해준 기업도 있었다"며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약정이 그렇게 되어있어 부득이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계에선 원자재뿐만 아니라 전기료, 가스료 등 주요 경비도 연동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은 하락했지만 공공요금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상생협력실장은 "제조원가에는 원재료비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등 각종 경비와 인건비도 포함됐다"며 "전기요금도 연동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에 명시하고 해당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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