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 대표원장
수술법 배워간 의료진들
내시경 기기 등 구매해가
"전 세계에 우리나라 의료의 우수성을 알리려고 시작한 기술 전수가 국산 의료기기 수출로까지 이어지니 '애국자'가 된 것 같아 자랑스럽습니다."
1992년 신경외과로 처음 문을 연 강남베드로병원은 30년이 넘도록 척추·관절질환은 물론 뇌 심혈관, 중풍, 갑상샘, 전립선 등을 중점적으로 치료하며 지속해서 성장해왔다. 그 중심에는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 대표원장(63)이 있다. 윤 원장은 인공디스크 치환술의 '대가'로 불린다. 특히 두각을 보이는 분야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이다. 내시경을 사용해 최소한의 절개만 내고 신경 구석구석을 확인해 수술하는 방법으로, 정확한 병변 확인이 가능해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재발 환자에게도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까지 5000명 이상 환자들의 허리 건강을 되찾아 준 윤 원장은 환갑이 한참 지난 지금도 온종일 수술실을 떠나지 않고 있다.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니 윤 원장은 "수술을 사랑하는 의사"라고 답했다.
그런 윤 원장이 최근 새로운 분야에 눈을 떴다. 윤 원장 자신도 "제2의 수술 인생을 맞았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5월 강남베드로병원에 '국제 척추 전문의 교육센터'를 개소하면서부터다. 우리나라의 의료, 특히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두각을 보이는 내시경수술을 익히고자 하는 각국 의료진들에게 최신 수술기법과 노하우를 전수해주고자 했다. 윤 원장은 “외국의 세계적인 내시경 회사들이 허리 수술에 적용하는 생각을 못 한 반면 우리나라 의사와 기업들이 장비를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며 “자연스럽게 외국 의사들이 한국에서 배우게 됐는데, 이참에 전문 교육센터를 만들자 생각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어렵게 한국을 찾은 세계 각국 전문의들에게 윤 원장은 아낌없이 노하우를 전수했다. 촘촘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했다. 본국으로 돌아가 배운 수술기법을 바로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을 키우고자 했다. 윤 원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멕시코에서 20시간이 걸려 한국에 와 배우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오로지 이거 하나 보고 온 것”이라며 “멀리서 오는 분들에게 세심하게 늦게까지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윤 원장의 노력에 힘입어 현재까지 싱가포르, 스위스, 호주, 남아공,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 세계 10여개국 40여명이 윤 원장의 노하우를 배워갔다.
이렇게 ‘K-의료’를 배워간 의료진들은 고국에서 한국산 의료기기를 찾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윤 원장이 쓰는 국산 내시경 기기를 제자들이 구매해 간 것이다. 이렇게 해외 의료진에게 수출된 국산 내시경 기기는 55대, 400만달러(약 51억원)에 달한다. 모두 교육센터 개소 단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윤 원장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성과”라며 “수출일꾼이 돼 애국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웃음을 지었다. 내시경 수출까지 이어진 이유로는 “우리나라 기구 회사가 장비를 잘 만들고, 해외 의사들도 교육을 받으면서 새롭게 눈을 뜬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나아가 아시아인의 체형에 맞는 인공디스크 특허를 출원하고 막바지 완성도 높이기에 나섰다. 그는 “우리나라는 유럽인들과 달리 체격이 작으면서 양옆이 늘어나 있는 체형”이라며 “우리 체형에 맞는 인공디스크를 만들어 시제품까지 진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시경도 많이 발전했지만, 인공디스크도 ‘K-의료기기’ 수출로 조만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베드로병원은 올해 종합병원으로 승격하는 겹경사도 이뤄냈다. 병원의 근간인 탄탄한 의학적 역량을 갖춘 병원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다. 윤 원장은 “종합병원이 되면 임상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쓸 수 있다”며 “병원이 발전하려면 학술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제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라고 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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