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지금 미국 뉴욕 곳곳에서는 이른바 K-컬쳐를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뉴욕의 심장’으로 불리는 록펠러센터에는 박서보·이배· 진마이어슨 등 대표 한국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한창이고, 링컨센터에서는 크라잉넛·백예린의 야외 공연부터 종묘제례악의 ‘일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는 모두 다가오는 ‘코리안 아츠 위크(Korean Arts Week)’의 일환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삼성전자, SK그룹과 같은 우리 기업들이 있다.
이달 23일까지 록펠러센터에서 열리는 한국 작가 3인의 전시회 ‘기원, 출현, 귀환’에서 조현화랑은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택했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대표작(묘법 No.060303)을 재해석한 비디오아트를 삼성전자의 4K해상도 146형 ‘더 월 올인원’을 통해 전시한 것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박 화백은 지난해 한국작가 최초로 루이비통과 협업해 재차 화제가 되기도 했던 아티스트다.
이번 뉴욕 전시에 등장한 박 화백의 작품은 무려 40개에 달한다. 1985년부터 2022년 작품까지, 박 화백의 초기작과 최신작을 모두 살펴볼 진귀한 기회다. 록펠러센터 지하(링크층)에 위치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중앙 정면에 박 화백의 ‘묘법 No.060303’이 위치해있다. 그리고 오른쪽 방향으로 그의 작품들을 훑어가다 보면 삼성전자의 더 월 올인원이 마치 캔버스처럼 자리 잡고 있다.
크기부터 설치된 높이까지 다른 미술 작품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이 작품이 바로 박 화백의 손자인 박지환 씨가 감독을 맡은 비디오아트(‘1 Of 0‘)다. 박 화백의 대표작을 디지털로 줌인할 때마다 삼성 스크린에는 한지 특유의 질감, 빛에 반사될 때마다 달라지는 단풍색의 변화 등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갤러리 관계자는 "디지털을 통해 새로운 거리, 새로운 관점에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삼성 스크린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관람객들의 호응도 매우 높다"고 소개했다. 박 화백 측은 뉴욕 전시를 위해 이번 비디오아트를 별도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강렬한 색감과 입체감 있는 질감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스크린으로, 삼성전자의 더월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맨해튼 문화공연 중심지인 링컨센터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손쉽게 SK그룹의 나비모양 행복날개 로고를 찾을 수 있다. SK그룹은 올해도 뉴욕 링컨센터 일원에서 열리는 코리안 아츠 위크의 성공을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오는 19~22일 진행되는 공연, 전시, 영화 등 한국 문화·예술 프로그램만 무려 12개에 달한다. 링컨센터 측은 "한국이 세계의 문화 중심지로 부상함에 따라 코리안 아츠 위크는 관객들에게 예술적 다양성, 문화 교류를 위한 풍부한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SK E&S, SKC, SK온, SK에코엔지니어링, 패스키, 키캡쳐에너지, 에버차지, 한국투자은행 등이 후원사라고 소개했다.
이 기간 링컨센터 일대에서는 헤드폰으로 K팝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춤출 수 있는 ‘사일런트 디스코’ 행사가 열리는 것은 물론,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 ‘괴물’(영어제목 The Host)도 상영된다. 뉴욕시티발레단(NYCB)의 주 무대인 데이비드 H.코치 시어터에서는 세종문화회관이 제작한 서울시무용단의 ‘One Dance’(일무·佾舞)가 세 차례 공연된다. 뉴욕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K-인디 뮤직 나이트’ 공연에는 크라잉넛, 백예린이 연이틀 무대 위에 오른다. 모차르트, 베토벤, 관현악으로 편곡한 아리랑 등을 들을 수 있는 ’트리뷰트 투 코리아‘ 공연도 마련됐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이러한 한국 문화 공연을 뉴요커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담당했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홍보 마케팅에도 나섰다. 이달 들어 뉴욕 맨해튼 지하철역 스크린과 시내버스에서는 코리안 아츠 위크와 일무 공연을 알리는 광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세계 문화 경제 중심지인 뉴욕에서 이른바 ’컬쳐 코리아‘의 위상을 확인할 때마다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K-팝 열풍에 이어 클래식, 미술, 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이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뒤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국가 대표 기업들에도 박수를 보내본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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