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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조장하고, 거짓 퍼뜨리고…악플에 쓰는 돈 한해 3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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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댓글 진위 상관없이 번져
뉴스 외 SNS·커뮤니티 무분별 확산
조회수 노리고 혐오·자극적 표현
"악성댓글 사회적비용 연 35조원"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주장도

악의적으로 남을 헐뜯거나 비하하는 악성 댓글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악의적으로 상대를 집요하게 공격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면서 우울증에 빠지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도 있다. 기업 역시 대외 평판이나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일이 빈번해졌다.


악성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35조원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악성댓글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의 1.6%에 해당하는 큰돈을 사회가 지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온라인 댓글은 그간 공론장 역할을 자처하며 여론조성의 주요 채널로 떠올랐는데, 피해가 커지면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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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유명인 넘어 일반인·기업도 겨눈다

자극적인 댓글은 진위와 상관없이 금세 퍼진다. 온라인 뉴스나 커뮤니티 게시물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정보가 오가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악성 댓글이 사실인 양 번지는 채널은 한층 많아졌다. 기업이나 기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무분별한 비방성 댓글은 사회적 평판 하락으로 직결돼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한 기업 직원은 자신의 상사를 "조현병 말기 환자들 같다"며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내용 가운데 논란을 일으킨 부분은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여직원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해당 기업은 작성자가 허위 사실을 올려 회사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반발했다. 조사 결과 글을 올린 직원과 CEO의 사무공간은 전혀 다른 건물에 있었고 두 사람은 만난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행사가 돈을 받고 경쟁 업체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리다 적발된 일도 있다. 2019년 인터넷 육아 정보 카페에 한 유제품 기업을 비방하는 댓글이 여럿 올라왔다. ‘쇳가루 맛이 난다’ ‘목장 인근 원전이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피해 기업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쟁사가 홍보대행사를 통해 아이디 50개를 만들어 비방 댓글을 단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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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은 과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을 겨냥했으나 이제는 일반인도 피하지 못한다. 지난해 12월 이태원 참사로 친구를 잃은 10대 생존자는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악성 댓글이 적잖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혼자만 살아남은 데 대해 미안해했는데 숨진 친구를 비난한 듯한 댓글을 보면서 무너진 것 같다고 유족은 전했다.


학교 내 시끄러운 집회 주최 측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대학생이 댓글로 비난받은 일도 있었다. 이 학생은 소음을 줄여달라고 주최 측에 한 달간 요청했으나 변화가 없었고 이에 경찰에 고발했다. 힘없는 노동자와 명문대생 간 공방으로 알려지면서 대학생을 향해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지난해 9월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당시에도 댓글 논란이 불거졌다. 희생자의 가족은 "‘한녀’가 죽는데 무슨 이유가 있느냐" 같은 댓글을 보며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댓글에 골머리 포털, AI 쓰고 하루만 운영하고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업계에선 악성 댓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진원지로 꼽히는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터라, 손을 놓을 수도 아예 막을 수도 없다. 댓글을 쓰거나 읽으면서 포털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여론을 차단하거나 손을 댄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고육지책으로 내건 게 인공지능(AI)이다. AI로 댓글이 적절한지 파악한다. 또 댓글을 보는 방식을 바꿨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뉴스 댓글 게시판 운영 정책을 손봐 규정 위반 댓글을 단 경우 댓글 이용을 제한하고 작성자 프로필에 해당 상태를 노출한다. 이전에는 이용 제한 조치를 내려도 본인만 알 수 있었다. 일종의 '악플러 꼬리표'를 다는 셈이다. 이용 제한을 풀기 위한 절차도 까다롭게 했다. 기존에는 1일, 7일, 30일 등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용 제한이 자동으로 풀렸다. 바뀐 정책에선 댓글 이용 관련 퀴즈 풀기 등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거치지 않으면 이용 제한 기간이 연장된다.


네이버 뉴스댓글 이용제한 표시안내<사진출처:네이버>

네이버 뉴스댓글 이용제한 표시안내<사진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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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검색 포털 다음은 아예 댓글 창을 채팅방처럼 바꿨다. 제한된 시간 동안만 채팅처럼 댓글을 다는 '타임톡'을 선보였다. 댓글 창을 기사 발행 후 하루 동안만 운영해 하루가 지나면 댓글 자체가 사라진다. 댓글을 달거나 보기 위해선 기사 상단에 타임톡 아이콘을 누른 후 참여하기에 들어가야 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존에는 추천순, 최신순 등에 따라 일부 댓글을 볼 수 있었지만 타임톡에선 실시간 채팅처럼 순서대로 볼 수 있다. 기존 댓글에서 첫 댓글이나 일부 악성 댓글이 과도하게 두드러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연간 35조 피해…"실효성 높여야"

댓글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끼친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내용을 보면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35조3480억원에 달한다. 악성 댓글에 대처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손해배상 비용으로 인한 게 3조5000억원 수준이다. 피해자의 병원 진료·치료에 쓰는 비용도 550억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이라 할지라도 인터넷상에 퍼지게 되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차질을 빚는다"며 "인터넷 뉴스 이용자 가운데 1%에 불과한 댓글로 인해 지난 한해에만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혐오 조장하고, 거짓 퍼뜨리고…악플에 쓰는 돈 한해 35조 원본보기 아이콘

악성 댓글을 달아 적발되면 형법상 모욕죄로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인정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다. 다만 혐의를 인정해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단순 일회성 악성 댓글로 처벌받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허위라고 해도 비방 목적이 없거나 공익성을 인정받으면 유죄 선고를 피할 수 있다.


21대 국회 들어 악성 댓글 작성자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따로 법을 만들자는 개정·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본회의 문턱을 넘은 건 없다. 표현의 자유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민사 측면에서 해결책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을 막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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