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금리 높이거나 조달금리 낮춰주거나
정치권에선 표 떨어질까 무조건 반대
대부업 목 죄면서 오히려 불법 사금융 키워
대부업 양성화 20년만에 되레 지하경제 창궐
신용점수 하위 20% 저신용자들이 불법사채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부업체 몰락을 막는 것이 먼저다. 합법 대부업체들이 최대한 서민 대출을 흡수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부업계가 꼽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정치권에서 법정최고금리(현재 20%)를 지금보다 높여주거나, 조달금리를 낮춰 원가를 줄여주는 것이다. 국회가 금리 인상은 안 된다고 못 박은 바람에 첫 번째 안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부작용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 고객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같은 금리를 매긴다"며 "이 때문에 법정최고금리가 오르면 기존 고객들의 금리도 따라서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대부업체에 조달 꺼리는 시중은행
두 번째 카드는 어떨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우수 대부업자의 경우 일부 신용을 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대부업자들은 대출자금을 저축은행과 캐피털에서 연 9~10% 금리로 조달한다. 그런데 우수 대부업자는 시중은행에서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도록 길을 열어줄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거다. 원가를 낮춰주면 최고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대부업체가 영업을 하는 게 지금보다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도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과 대부업체 간 거래를 트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었다. 여기서도 시중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걸 꺼리는 반응이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캐피털과 기업은행 자회사인 IBK캐피털이 우수 대부업체에 자금을 빌려준 적이 있다"며 "하지만 그해 국정감사 때 대부업체 자금 공급처라는 지적을 받고 곤란에 처한 전례가 있어서 은행들이 '사서 욕먹지 말자'는 것 같다"고 했다.
이름이라도 '소비자신용업'으로 바꿔보고 싶지만
'대부업=고리대금업자'라는 고정관념 탓에 대부업체들은 '대부업'이라는 이름이라도 바꿔보려 하고 있다. 국회에 관련법도 발의돼 있다. 2021년 박수영 국민의 힘 의원은 "법에서는 등록대부업자 외에는 '대부'라는 상호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사실상 불법사금융업자도 대부라는 상호를 사용해 금융소비자의 불법사금융 이용 피해를 막는 게 어렵다"며 우수대부업자에 '소비자신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대부업 입장을 이해하는 건 소수일 뿐 현재 계류된 대부업 관련 법안은 대부분 '때려잡자'는 식이다. '최고금리를 13%로 내리자'는 금리 추가 인하나, '등록 대부업의 자기자본 요건을 3000만원으로 강화'해서 영세 대부업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내용 일색이다.
금융당국은 걱정부터 앞선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인 20%까지밖에 이자를 못 매겨서 손익분기점을 못 맞추는 바람에 문을 닫는 곳이 태반인데 규제가 세지면 대부업자들이 등록을 철회하고 불법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그나마 등록이 돼 있으니 정부가 점검이라도 나가지만, 불법 사금융을 감시하는 경찰력을 몇 배 늘려서 다 잡아내지 못하는 이상 오히려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며 대부업법을 만들고 대부업 등록을 활성화한 지 20년째가 되는 해"라며 "정치인들은 선거철마다 인기 영합을 위해 금리를 낮춰서 당시 66%였던 금리가 20%가 됐고, 그러는 사이 대부업체가 망하면서 불법 사채업을 중심으로 20년 만에 지하경제가 다시 창궐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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