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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넘버90%]⑪"국회의원 특권 '셀프개혁' 자체가 모순"…의원정수 확대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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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국회의원, 17만 국민대표… 비례성·대표성 모두 부족
10명 중 8명, 정수 확대 '반대'… 특권 개혁 우선돼야
국회의원 특권 개혁에 국회의원 참여는 모순… "반합법적"

'17만명 vs 3만명'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의 수다. 어느 쪽이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잘 반영하고 대변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는 국회의원 1명이 17만명의 국민을 대표한다. 반면 스웨덴·덴마크 등에서는 3만명을 대표한다. '대표성'과 '비례성' 측면에서 국회의원 수를 오히려 늘리는 것이 특권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선거제 개편과 함께 의원 정수 및 비례 의석 확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례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고, 이를 도입하기 위해선 결과적으로 의석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이미 땅에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어떠한 정당한 이유를 붙여도 '국민 밉상'이 된 국회의원을 늘리자는 주장은 환영받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정치개혁'에 있어서 근본적인 것은 '신뢰도 구축'이며, '정치 혐오' 현상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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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수, 한국 17만명당 1명일 때 스웨덴·덴마크는 3만명당 1명
[매직넘버90%]⑪"국회의원 특권 '셀프개혁' 자체가 모순"…의원정수 확대 '언감생심' 원본보기 아이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이 발간한 '2022년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수(5133만명)를 고려했을 때 국회의원 1명은 약 17만명의 국민을 대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국내와 인구가 비슷한 영국(6849만명)의 경우 의원 수는 1450명으로 의원 1명당 5만명의 국민을 대표했고, 프랑스(6558만명)는 7만명, 이탈리아(6026만명)는 10만명 수준이었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의원들의 '대표성'이 더욱 큰 것으로 확인된다. 스웨덴은 인구 1021만명이지만 국회의원 수가 국내 300명보다 많은 349명으로, 의원 1인당 3만명의 국민을 대표했고, 덴마크도 총 179명의 의원이 583만명의 국민을 대표함으로써 국회의원 1인당 3만명의 대표자 역할을 했다.


한국보다 의원 1인당 대표해야 하는 국민들의 수가 많은 국가는 미국(의원 1인당 63만명 대표), 멕시코(21만명), 일본(18만명)뿐이다.


'한국에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식의 주장은 맞지 않는 셈이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은 '국회의원 수 확대 반대'… '정치 신뢰' 회복 우선돼야

그러나 국민 여론은 이와 정반대다. 앞서 아시아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지난달 5~6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보면 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18.4%에 그쳤고, 10명 중 8명(79.0%)은 반대한다고 답했다. (매우 반대 56.6%, 반대하는 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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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로는 50·60대가 80% 이상 '의원 수 확대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20·30대에서도 찬성(22.9%·20.4%)보다 반대(74.2%·74.4%)가 더 높았다. 40대는 찬성 비율이 26.2%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소폭 높기는 했지만, 반대한다는 응답이 69.0%에 달해 큰 차이점을 보이진 않았다.


이념 성향별로도 의원 수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마찬가지였다. 보수와 중도 성향의 응답자 80% 이상은 모두 '의원 수 확대에 반대' 입장을 냈고,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도 69.1%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성별로도 남성은 78.5%가, 여성은 79.6%가 반대했다.


이처럼 연령·성별·이념을 따지지 않고 '의원 수 확대'에 부정적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정치개혁'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의원 수 조정 등의 '시스템 개혁'이 아니라, 정치인에 대한 불신부터 해소하는 '특권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 개혁… '개혁 대상'인 국회의원이 개혁 주도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스웨덴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이자 스톡홀름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SCIPS) 소장인 최연혁 교수는 SIPS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개혁을 할 때는 충분한 의견 수렴과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해 당사자들이 본인들이 관련된 법을 고친다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이라고 지적했다. 본인들의 특권을 다루는 제도 개혁에 본인들 스스로가 주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얘기다.


1988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30년 이상 북유럽 정치와 민주주의를 연구한 최 교수는 스웨덴 정치뿐만 아니라 복지 시스템에 있어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특히 스톡홀름의 싱크탱크 SCIPS 소장을 맡으며 한국과 스웨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저출산 문제 해법 등을 듣기 위해 스웨덴을 찾은 한덕수 총리 등 한국 정부 출장단에게도 조언을 주기도 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이 있고, 최근에는 '스웨덴 패러독스'를 집필해 스웨덴의 정치 및 복지시스템을 국내에 소개했다.


사진=스웨덴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이자 스톡홀름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SCIPS)소장인 최연혁 교수가 SCIPS 사무실에서 스웨덴의 정치, 복지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스웨덴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이자 스톡홀름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SCIPS)소장인 최연혁 교수가 SCIPS 사무실에서 스웨덴의 정치, 복지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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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스웨덴도 1990년대 선거제 개편을 했는데(의원 임기를 3년에서 4년으로 늘렸다고 한다), 이를 위해 1980년대부터 제도 개혁, 선거 주기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총의를 모으는 데에만 5년 이상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에게 선거제 개혁에 대해 이해를 시키려면 먼저 본인들의 특권을 내려놓고, 여론 수렴을 위한 시간적 여유, 충분한 논의 등을 거쳐야 진정성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웨덴의 '국가조사보고서(SOU) 제도'를 언급하며 "스웨덴은 법안을 만들 때 SOU를 통해 1년 내지 2년의 조사 기간을 두는데 이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충분한 의견 수렴과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하고,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들도 다양하게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에는 '레이스(Remiss)' 절차를 한 번 더 거쳐 최종 국민 의견 수렴을 거친다"면서 "스웨덴에서는 이렇게 법안을 만들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쓱싹쓱싹 법안을 '급조'해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한국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한 정당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것을 약속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표를 받을 때 포퓰리즘이 이뤄진다"면서 "오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여야 합의로 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과정에서는 포퓰리즘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정치가 '정쟁'보다는 법안 하나에도 10년씩 토론, 숙의를 통해 만드는 일련의 과정들이 결국 '정치 신뢰 사회'를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기득권 내려놓고 실망감 준 '청년 정치' 개선해야

정치 개혁이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우선되어야 '정치 불신'을 걷고, 새롭게 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목소리는 청년세대에서 나왔다. 이동수 청년 정치 크루 대표는 "정치 개혁을 말하면서 선거제를 바꾸자고 말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현역 의원들과 기성 정당들의 기득권 내려놓기"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권력 개혁의 핵심은 '돈'과 '사람'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면, 한국은 각 의원실에 8~9명의 개인 보좌진이 있다"며 "정책을 다뤄야 할 보좌관이 필요하지, 의원의 업무를 위해 이렇게 많은 보좌진이 있을 필요는 없다. 국회의원 보좌관 수부터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양당 중심으로만 배정되는 정당 보조금 등의 예산도 차별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고, [매직넘버90%]⑦"국회의원은 엘리트 아닌 시민 대표…'다선·나이'가 무슨 상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청년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정치 불신을 더욱 키웠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젊다는 이유로 '청년 정치인'이 되는 경우에는 권위가 인정되지 않는 것 같다"며 "청년 정치가 권위를 갖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양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시스템이 없다 보니 공천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국내 정치서 능력보다 '계파'를 따지게 되는 이유"라면서 "유능한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유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스톡홀름=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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