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신당 창당 소식이 들려온다. 얼마전 양향자 의원이 창당을 선언하더니, '초당적 대안신당'을 준비중이라는 설이 흘러나오고, 야권 일각에서는 '조국 신당', '추미애 신당'이 있다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정의당에서는 전현직 당직자가 탈당을 선언하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보수 연합군'의 필요성을 외친다.
한 정치 원로의 말마따나, '총선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매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여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듯 총선의 계절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신호는 뭐니뭐니 해도 신당 창당이다. 신당을 만들어 정치 현실을 바꾸겠다는 그들의 진심을 왜곡하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매번 총선을 앞두고 이름깨나 있는 옛 정치인들이 제3신당을 만든다고 난리법석을 피우지만, 총선이 끝나면 단일화 등의 명목으로 거대 정당에 흡수되는 것이 정해진 수순처럼 반복됐다.
성공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의 유명한 실패 사례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새정치 실험'일 것이다. 그는 2011년 '안철수 현상'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20대 선거에서 38석의 의석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결국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으로 실험을 종료했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문국현의 창조한국당까지 거슬러올라갈 것도 없다.
계속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제3지대'를 표방하는 신당이 나오는 이유는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아서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메트릭스에 공동의뢰해 지난 1~2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제3지대 창당이 필요하다고 보는 응답자는 47.7%로 필요하지 않다(42.4%)는 의견보다 많았다.
문제는 실제로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이 그들의 손을 들어줄 것이냐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비중은 29.1%였고, 과반인 60.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국민들은 제3지대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정작 그들에게 표를 주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이다. 왜 이런 모순된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이유는 국민들이 원하는 신당이 아직 눈에 보이지 않아서일 것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당'은 새로움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기존 거대 정당을 비판하는 데에만 그치고 있다. 양향자 의원이 창당한 한국의희망은 '블록체인 정당'을 표방하고 있어 새로워 보이기는 하는데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잠재적 신당 후보들도 옛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여기서도 신당, 저기서도 신당을 만든다고 하니 '제3지대' 자체의 새로움도 너무 많은 세력들의 숫자 속에 희석되는 느낌이다.
밥집이 국밥집과 국수집 두 곳뿐인 마을이 있다. 국밥과 국수만 먹는 데 질린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식당이 들어서기를 바랐다. 그 열망을 읽은 한 자영업자가 스테이크를 파는 식당을 열었다. 흥행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예상과 달리 파리만 날렸다. 주인은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단순히 새로운 걸 원한 게 아니라 국밥집과 국수집보다 나은 스테이크집을 원했던 것이다.
지금 제3지대 신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비슷하다. 새로운 정치 세력을 표방하며 나온 이들은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경험해 봤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양당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다. 반(反) 더불어민주당, 반(反) 국민의힘을 표방하는 것만으로는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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