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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함정]④실업률 역대 최저라는데…체감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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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실업률이 2.7%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기사에 달린 온라인 민심이다.

그래서 구직활동을 잠시 쉬는 장기 취업준비생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생, 구직단념자 모두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다.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 구직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실업률이 낮게 나오는 '통계 착시'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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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2.7%까지 내렸지만 체감 힘들어
60대↑ 고령층 취업 증가 주도…청년 감소세
통계 착시도…장기 취준생, 단기 알바생 빠져
청년 확장실업률 16.5%…전망도 밝지 않아

[통계의 함정]④실업률 역대 최저라는데…체감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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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어렵고 청년 취업은 여전히 힘들다는데, 고용은 역대 최고로 좋다는 발표가 납득이 가나요. 저도 이렇게 힘든데…."


최근 우리나라 실업률이 2.7%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기사에 달린 온라인 민심이다.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인상과 대중 수출 부진으로 경기가 주춤하는 상황에서도 고용 지표는 나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고용 훈풍'이라는 정부 발표와 달리 여전히 주변에 좋은 일자리는 많지 않고, 취업이 쉬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단기·노인 일자리'로 만들어낸 '가짜 고용률'도 경험해 본 만큼 통계에 대한 신뢰 역시 높지 않다.

실업률 통계 낮지만…숨겨진 '실업자' 다수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올해 1월 3.6%에서 2월 3.1%, 3월 2.9%, 4월 2.8%, 5월 2.7%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실업률 2.7%는 5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고용 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정부의 경기회복 자신감도 커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일자리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며 "현재 실업률이 사상 최저로 낮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나온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정부는 실업률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단순 지표만으로 고용 시장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우선 통계에는 들어가지 않는 사실상의 실업자가 너무 많다. 실업률은 실업자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기 때문에 '일할 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애초에 계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할 의사가 있으면' 실업자로 분류돼 실업률에 반영되지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묶이면 실업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실업자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현재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구직활동을 잠시 쉬는 장기 취업준비생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생, 구직단념자 모두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다.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 구직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실업률이 낮게 나오는 '통계 착시'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3~4월 실업률이 갑자기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경기가 좋기 때문이 아니라 구직 활동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유의미한 통계는 구직을 하지 않고 쉰 청년의 숫자다. 통계청 조사에서 경제 활동 상태에 대해 '쉬었음'이라고 답한 20대는 지난 5월 기준 35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오히려 3만6000명 늘었다. 30대까지 합치면 60만명이 넘는다. 10년 전에 비해 약 32% 늘어난 규모다. 이들은 모두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다. 저출산 심화로 청년 인구는 꾸준히 줄어들지만,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니트족(일할 의지 없는 청년 무직자)'이 늘면서 경제활동인구에서 이탈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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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알바하면서 구직활동해도…통계는 '취업자'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통계상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실업자가 더 많다는 분석도 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선진국은 실업급여나 공식 제도 안의 직업 훈련이 잘돼 있어서 실업자들이 잘 잡히는데, 우리나라는 실업급여 사각지대가 넓고 보장성도 약해 단기 실업이 적게 잡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청년 중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 평상시에는 실업자로 안 잡히다가 시험원서를 등록하면 구직자로 잡힌다"며 "공무원 시험 응시 기간에는 실업률이 춤을 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계 기준상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하고, 수입이 전혀 없더라도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나 농장에서 주 18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묶인다. 이 때문에 단기 아르바이트생도 모두 통계상 취업자다. 또 통계는 한 사람이 실업자와 취업자 사이 애매한 특징을 가지면 무조건 취업자로 간주한다. 예컨대 학생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사 원서를 내는 등 구직활동을 해도 이미 취업자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주관적으로 자신을 실업자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실업자가 아니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런 실업률 기준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따른 것이다. 빈약한 실업자 지원제도와 높은 청년층의 '공시족' 쏠림 현상 때문에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보이지만 그게 통계청 잘못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실업률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많아지자 정부는 2014년 11월부터 보다 넓은 범위의 고용보조지표1~3도 집계하고 있다. 이 중 '체감·확장 실업률'로 불리는 고용보조지표3은 지난 5월 기준 8.8%로, 공식 실업률보다 3.26배 높지만 실업률에 묻혀 잘 부각되진 않는다.


확장 실업률에는 실업률 공식에선 빠지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잠재경제활동인구도 포함된다. 이 중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는 주 36시간 미만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 활동을 하는, 통상적 의미의 실업자를 의미한다. 청년층(15~29세)에 한정해보면 지난 5월 기준 13만8000명으로 올해 1월(9만9000명) 이후 매달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 확장 실업률은 16.5%로 공식 청년실업률(5.8%)보다 2.8배 높다. 5월 기준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운 청년 고용률(47.6%)의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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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취업자 증가세 주도…"지표에 낙관하긴 어려워"

2.7% 실업률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고용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고용이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전년 동월 대비 20대 취업자수는 7개월 연속 감소 중인 반면, 60대는 매월 30만~50만명씩 큰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20대는 인구 감소, 60대 이상은 인구 증가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구가 늘고 있는 40대도 지난해 7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산업별로 봐도 우리 경제의 핵심인 제조업은 취업자가 꾸준히 줄고, 보건·복지·숙박 쪽 일자리가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평균의 함정이 있다"며 "보건·사회 쪽은 코로나19로 수요가 많은데 무역수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취업자가 많이 줄고 있다. 또 청년층은 이미 (고용이) 안 좋은 상황이 오래됐고, 40대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보통 경기가 나빠지면 고용 쪽에 반영되기까지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리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시차가 길어진 것"이라며 "지난해 상반기부터 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고 미·중 관계도 안 좋아지기 시작한 만큼 아직 고용에는 반영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요셉 팀장은 "고용 지표상으로는 좋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자영업을 비롯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늦게 고용 지표에 반영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회복 과정에서 조금 더 좋았던 것도 점점 빠지고 있어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고용 지표는 좋지만 체감되는 일자리의 질은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수치만큼 (상황이) 좋진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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