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구 뺑뺑이' 전공의 피의자 전환
의료계 "시스템 문제…필수의료 붕괴할 것"
환자가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의료가 안팎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응급의료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에 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된 사건은 이른바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다. 지난 3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7세 A양이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졌다. 골목길에 쓰러진 채 발견된 A양은 119구급차로 이송돼 2시간가량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병상 부족과 전공의 부족 등의 이유로 그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결국 사망했다.
이에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3년 차 B씨가 이 사건 책임자로 경찰에 기소될 위기에 놓였다. 경찰이 B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응급의료법 제48조의 2(수용 능력 확인 등)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 위반이다. 이 병원은 환자 A양이 처음 내원한 곳으로, B씨는 환자 A양을 처음 진료했다.
경찰은 전공의 B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를 접수하지 않아 진료가 이뤄지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환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사건 당일 해당 병원에는 응급실 환자가 많아 응급의료정보상황판에 '환자 수용 불가' 공지 메시지를 띄우고 있었고, 정신과 입원 병동이 없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A양을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한다. 당시 대구파티마병원은 정신과적 응급 치료가 가능한 타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했으나, 그 과정에서 A양은 상태가 나빠져 숨졌다.
또 해당 사건은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전공의 개인에게 지우는 것이 불합리하다면서 이번 사건이 제2의 이대목동병원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는 2017년 12월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집중치료실에 있던 신생아 4명이 사망해 의료진이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말한다. 기소된 의료진들은 1심과 2심 재판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소아과 기피 현상이 심화해 소아과 전공의 부족 현상으로까지 이어진 것처럼 이번 사건 이후로 응급의학과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의 원인으로는 경증 환자로 인한 의료기관 과밀화, 전공의·병상 부족 등이 꼽힌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경증환자 문제와 관련해 의료진의 판단에는 환자의 상태가 경증이어도, 보호자가 중증이라고 호소하면 응급실에 수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응급실 병상이 다 차면 중증 환자가 와도 수용할 수 없다.
남 교수는 지난달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경증환자가 가는 병원들, 그러니까 권역센터로 굳이 오지 않아도 되는 이송체계가 있다"며 "하지만 큰 병원 가야 낫는다, 큰 병원 가야 오진이 덜 되고 억울한 꼴 안 당한다 이런 뿌리 깊은 인식들이 있어서 와서 버티면 저희가 어쩔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갈리면서 답보상태다. 정부는 18년째 동결인 의대 정원을 늘려 필요한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지역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구조적 문제라며 의대 정원 확충이 답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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