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콘텐츠 제작·재고 분석·매장 관리 맡겨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비용절감 효과 톡톡
챗GPT가 급부상한 후 인공지능(AI)이 각 산업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AI가 콘텐츠 제작, 재고 관리, 상품 추천 등 다재다능한 비즈니스 도구로 진화하면서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이를 활용한다.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 절감 등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
AI가 가장 빠르게 침투한 영역은 마케팅이다. AI가 상품 홍보 문구나 영상을 대신 만들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영상 생성 AI 브이캣을 적용한 G마켓이 대표적이다. 브이캣은 제품 URL을 넣으면 1분 만에 홍보 영상과 배너 수십개를 만들어 준다. G마켓은 브이캣 도입 후 내부 디자이너 2명으로 하루에 배너 광고 600개를 제작한다. 이전에는 외주업체를 동원해야 하던 일이다. 오는 9월에는 배너 제작 수를 1500개로 늘릴 예정이다. 효율성이 높아 아모레퍼시픽, LG전자, 롯데온 등이 브이캣을 이용 중이다. 삼성전자, 현대차와도 논의 중이다. 정범진 브이캣 공동대표는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가진 대기업은 마케팅에만 수백명의 인력을 투입한다"며 "이를 효율화하기 위해 AI 기술을 내재화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가상인간처럼 값비싼 콘텐츠도 AI를 활용하면 효율적인 마케팅 도구가 된다. KB라이프생명은 최근 광고에서 윤여정 배우의 20대 시절을 소환했다. 가상인간 콘텐츠 기업 디오비스튜디오가 윤 배우의 20대를 AI로 구현했다. 기존에는 시각특수효과(VFX)를 동원해 만든 이미지 수백장을 이어붙여 가상인간을 만들었다. 이와 달리 디오비스튜디오는 AI가 만든 이미지를 대역 배우에 입힌다. 사람이 AI가 그린 이미지를 가면처럼 쓰고 촬영하는 방식이라 작업 속도가 빠르다. 이전에는 30초 영상 제작에 2달 정도 걸렸던 기간을 2~3일로 단축했다. 원가는 50배 이상 절감했다. 민병준 디오비스튜디오 이사는 "기업은 가상인간 콘텐츠를 꾸준히 올려 소비자들과 소통하길 원하는데 제작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들면 불가능하다"며 "AI가 이 문턱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게임업계에선 AI로 생산성을 높인다. 모바일 퍼즐게임 '애니팡'을 개발한 위메이드플레이 는 이르면 7월부터 AI '애니'가 만든 캐릭터를 게임에 적용한다. 텍스트로 '올림픽 배경으로 태극기 코스튬을 입은 캐릭터'를 주문하면 AI가 만들어 주는 식이다. 사람이 하면 캐릭터 배경 작업에만 2주가량 걸리는데 애니는 이를 25%가량 줄였다. 그 덕에 사람은 리터칭 등 디테일한 작업에 집중하고 회사는 콘텐츠 업데이트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유통업계에선 AI가 더 폭넓게 쓰인다. 상품 추천부터 재고 관리, 매장 관리 등 전방위로 활약한다. 패션 쇼핑앱 브랜디는 업스테이지의 제품 추천 AI로 매출이 늘렸다. AI는 이용자의 검색 패턴, 장바구니 내역, 구매 후 반응 등을 분석해 사고 싶어할 만한 상품을 노출한다. 그 결과 노출 당 구매 전환율이 이전보다 60% 가까이 뛰었다. 식품기업 A사는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엠로 의 수요예측 AI를 적용했다. AI가 3200여개 제품군의 과거 판매량, 재고량, 생산량, 경쟁사 정보 등을 결합해 미래 수요를 예측한다. 이를 기반으로 A사는 주간 단위뿐 아니라 4~5개월 이후까지 판매 계획을 짠다. 그 결과 필요한 시점에 제품이 없어 발생하는 결품 비용을 전보다 20% 줄이고 재고도 5% 이상 감소시켰다. 골목 슈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에는 AI 솔루션만으로 운영하는 첫 무인매장이 등장했다. 파인더스AI가 개발한 이 매장은 매장 운영부터 재고품 관리, 결제까지 자동화했다. 라이다(LiDAR) 같은 고가 장비 대신 AI가 고객의 움직임과 매대의 변화를 감지한다. 고객이 가져간 상품을 알아맞혀 사전 등록한 결제수단으로 자동 청구한다. 30~60㎡ 규모 편의점에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2억원 미만. 올해 최저임금 기준으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데 인건비만 연간 1억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비용 효율성이 높다.
AI는 법률, 금융 등 전문적인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베링랩은 AI로 법률 분야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 판례나 계약서를 번역하는 일이다. 김앤장, 광장, 세종 등 6대 로펌과 카카오게임즈 등 기업 법무팀에서 활용 중이다. 사람에게 맡기면 3~5일 걸리는 서류 10장 번역을 AI는 48시간 안에 마친다. 장당 5만~7만원인 비용도 3만원으로 낮췄다. 김재윤 베링랩 공동대표는 "법률 번역은 전문 지식이 필요해 외국계 번역 회사에 외주를 주고도 내부 검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을 효율화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업스테이지와 협업해 보험금 처리 속도를 높였다. AI가 진료비 영수증 등 서류에서 필요한 정보만 추출해 보험금을 자동으로 접수한다. 수작업으로 처리했던 때보다 시간과 비용을 82% 줄였다.
AI를 적용하는 영역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오성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모던 워크 비즈니스 총괄팀장은 "디지털로 생산성이 향상됐지만 정보 범람 속에 일을 위한 일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업무에 AI를 적용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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