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두고 충돌한 정부여당-야당
공수 바뀌면 '집권 편향성' 지적
"방송법 권력 투쟁 수단으로 쓰여"
방송법 개정안이 표류하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수를 늘려 정권 편향성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의 방송법은 지난해 연말 국회 예산정국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하며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이후 200일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 부의안건에는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이른바 '방송 3법'이 포함됐다. 방송법은 지난 3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회의 직회부된 이후 102일간 계류 중이다. 지난해 12월2일 과방위 의결까지 포함하면 상임위 문턱을 넘은 뒤 200일 넘게 발목이 잡힌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도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이태원특별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방송법 개정안은 공론화 작업을 거친 뒤 재논의하기로 했다.
野, 文정부서 실패한 방송법, 왜 다시 꺼냈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라고 불리는 방송 3법은 현재 9명 또는 11명인 공영방송 이사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기관을 국회(5명), 미디어 관련 학회(6명),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술인연합회(각 2명) 등으로 다양화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권 편향성을 보완, 여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공영방송의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방통위는 대통령과 여당에서 임명하는 3명, 야당에서 임명하는 2명으로 구성된만큼 여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2016년 7월 당시 야당이던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이사장 포함 13명(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으로 구성하고, 이중 3분의2 찬성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도록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2018년 정권교체에 성공하며 여당이 된 민주당은 이 개정안의 처리를 미루면서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이 방송법 재추진에 적극적인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갈수록 방송 탄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면서 상임위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강행 처리에 나서면서다. 당시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시청자위원회,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등 위원 대부분이 야당 지지자들”이라며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즉 ‘정치적 후견주의’를 탈피하자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 내용은 ‘민노총 언론노조 후견주의’로 변질된 법안”이라고 맞섰다.
방송법, 이번엔 통과될 수 있을까
방송법은 지난 3월 본회의 직회부 의결에 따라 여야는 합의를 거쳐 30일내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는 법안 상정을 보류하고 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언론 상황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위원장 해임 등)문제와 여러 문제가 중첩돼 있다"며 "그런 것을 종합적으로 풀어낼 필요가 있어서 (처리)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4월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입법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헌법 소송의 피청구인인 과방위원장이 최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으로 교체되면서 변호인을 바꾸는 등 여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해석이다. 야당 주도로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해도 헌재가 해당 권한쟁의심판을 인용할 경우 의결이 무효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방송법을 강행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본회의에서는 이태원 특별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노란봉투법 직회부까지만 가능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모든 이슈를 한 입에 털어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법은) 협의를 요청하는 등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방송 중립에 진정성 없는 정치권"
전문가들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는 전향적이었다고 볼 수 있으나 방송의 중립을 위해 진정성있게 노력했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4년 후에 공수가 바뀐다면 (여야가) 그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가 공영방송이 필요한지,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왜 해줘야 하는지,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를 논의하기 전에 좌편향, 우편향 정책이나 정치를 누가 확보할 것이냐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여야가 방송법을 이른바 권력 투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고, 정권이 바뀌자마자 친정부적인 방송으로 혁신하고 리세팅하려고 하는 건 여야가 거의 똑같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이 방송사의 이사나 사장 임명에 관여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라며 "방송사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지만 취약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다양한 방식으로 추천하는 이사회를 두는 것이 지금으로선 차선책"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중국 아니고 한국 맞아?"…스타벅스에 프린터 설...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