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국립박물관 팝업 4만명 '북적'
신세계면세점도 지난달부터 문화유산 상영
"해외 관광객 증가, MZ 가치소비 영향"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앞은 형형색색 한복을 차려입고 댕기 머리를 한 외국인으로 북적였다. '엽전 교환권'을 든 한 외국인이 통인시장 안에 있는 고객 만족센터 2층으로 들어서자, 직원은 쿠폰 대신 빨간색 꾸러미로 묶인 엽전 열댓 개를 쥐여줬다. 흰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은 한 외국인은 '통인시장'이 한자로 새겨진 빛바랜 엽전이 신기한 듯 연신 만지작거렸다.
신세계면세점은 올 초부터 면세점에서 20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통인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8000원 상당의 엽전 교환권을 주고 있다. 넷플릭스 등 한국 문화 콘텐츠를 통해 엽전을 접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반응은 긍정적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기존 한복 무료 대여 이벤트와 함께 올해부터는 방문객 대상으로 통인시장 엽전 교환권을 증정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다"며 "하루 30명 정도 꾸준히 이용 중이고, 엽전을 접한 관광객의 반응도 뜨겁다"고 전했다.
유통업계가 우리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힙트래디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힙트래디션이란, '최신 유행에 밝은'을 의미하는 '힙'과 '전통'을 의미하는 '트래디션'이 합쳐진 신조어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가 고리타분하지 않고 오히려 '힙'하다고 여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늘면서 업계는 이같은 트렌드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서울 명동 본점 지하 1층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선보인 '나에게 온 보물, 뮷:즈(MU:DS : Museum Goods)' 팝업스토어는 일주일간 4만명 이상의 고객을 불러 모았다. 이번 전시는 롯데백화점이 업계 최초로 국립박물관 문화재단과 손잡고 기획한 이벤트로 청자, 백자, 공예, 서화, 반가사유상 등 한국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굿즈 약 200여종이 전시됐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화제가 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앞에는 내·외국인 할 것 없이 긴 줄이 늘어섰다. 특유의 곡선으로 인기를 끈 '백자 달항아리 굿즈'는 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80만원이 넘는 금액에 판매됐다.
이번 팝업이 예상을 넘어선 흥행을 기록하면서 롯데백화점은 비슷한 이벤트를 추가로 기획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안에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롯데백화점만의 단독 굿즈를 개발하는 등 비슷한 행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전통문화를 살린 굿즈가 유통가의 새로운 '효자템'이 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MZ세대의 '가치 소비'를 꼽는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입국하기 시작한 데다, 젊은 층 사이에서 단순히 소비 목적을 넘어 문화콘텐츠적으로 의미 있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이같은 트렌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앞선 롯데백화점 전통문화 굿즈 팝업엔 힙트래디션에 열광하는 2030세대 내국인 고객이 주를 이뤘다.
코로나19를 넘어오면서 급증한 외국인 관광객도 이같은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입국한 해외 여행객은 88만8776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4.8% 증가했다. 한국을 찾은 해외 여행객은 2021년 96만7000명에서 2022년 319만8000명, 2023년엔 1월~4월까지 방문객만 260만3000명으로 느는 추세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지난 5월20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문화유산 디지털 영상을 상영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상영 콘텐츠는 '신선들의 잔치', '모란꽃이 피오니', '곡운구곡' 등으로 모두 6개다. 특히 올해는 영화 '왕의 남자', '괴물', '관상'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이병우 감독이 이번 행사만을 위해 특별히 음악을 작곡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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