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 사망자 통계 축소 집계
생존 위협하는 폭염 발생 위험 30배 증가
"폭염 재앙 막기 위한 대책 절실"
인도에서 때 이른 폭염으로 사망자가 100명 이상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폭염 발생 위험은 30배 가량 높아졌지만, 인도 정부의 대책은 이 같은 재앙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달 인도 기온이 섭씨 46도까지 치솟으면서 일부 지역 화장장에는 사망자 시신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인도 북부의 우타르 프라데시 주(州) 갠지스강 인근의 화장터에서 일하는 파푸 판데이 사제는 "이달 중순 폭염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사망자 수가 하루 50명 가까이 이르렀다"며 "코로나19 발생 당시를 제외하면 20년 동안 이렇게 많은 사망자를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폭염은 신의 저주와 같다"고 말했다. 화장장에 들어오는 시신의 수를 세는 것이 주요 업무가 된 판데이 사제에 따르면 폭염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대부분 오랜 시간 무더위에 노출된 고연령 취약계층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폭염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도에서 극단적인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30배 가량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세계은행(WB) 역시 인간의 생존 한계를 뛰어넘는 폭염이 발생할 첫 번째 장소로 인도를 지목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최근 폭염이 발생한 비하르 주의 경우 지난 2019년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 수는 실제 피해자의 52%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인도 정부는 2012~2021년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는데, 실제 사망자 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3월 고위급 회의에서 폭염 대비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인도 현지 언론들은 열사병 증상인 고열, 설사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폭증했고 전력 공급 역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도 의료 시설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대 국민 폭염 경보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도 폭염은 향후 중국을 넘어설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인도 경제에도 큰 손실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건설·농업 등 야외 작업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노동력 손실이 2030년까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인도의 한 연구소 관계자는 "폭염은 다른 재난과 비교해 역사적으로 덜 주목받았다"며 "최근의 사망자 수는 정부의 사전 조치 필요성을 강력하게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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