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임상 2상 마친 신규 비만치료제 소개
기존보다 훨씬 싸고 복용 쉬어, 효능도 뛰어나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약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값이 비싸고 사용이 까다로우며 효능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기존의 틀을 깨고 소비자들이 보다 싸고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비만 치료제들이 수년내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6일(현지 시각) 최근 임상 2상을 마친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과 리타트루타이드(Retatrutide)의 개발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소개했다. 두 신규 비만 치료제의 임상 2상 결과는 이달 개최된 미국 당뇨협회 세미나 및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보고됐다. 기존의 유력한 비만 치료제들을 뛰어 넘는 효능ㆍ값싼 가격ㆍ편의성 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두 약물은 인체의 장내에서 특정 영양분에 반응해 형성되는 호르몬의 일종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를 복제한 유사 호르몬 제제다. 소화관에서 음식이 소화되는 것을 늦추고 뇌의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줌으로써 체중을 줄이는 원리다. 당초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체중 감소라는 '부작용'이 더 큰 주목을 받으며 비만 치료제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를 응용한 기존 치료제로는 문자로(Mounjaro)가 있다. 5년 전 당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았다가 비만 치료제 추가 승인을 받고 있는 트리제파타이드(trizepatide)가 원료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도 있다. 위고비(Wegovy)라는 비만 치료제ㆍ오젬픽(Ozempic)이라는 당뇨 치료제로 팔리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기존 치료제들이 알약이 아니라 주사제라 매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등 처방에 불편함이 있다는 것이다. 또 매우 비싸고 노동집약적인 재료인 펩타이드가 주성분이다. 이로 인해 위고비와 문자로는 복용비가 매월 1000달러 이상이며, 공급이 부족해 때때 시장에서 구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오포글리프론은 비펩타이드 분자로 만들어져서 생산하기 쉽고 알약으로 복용할 수 있다. 아직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훨씬 더 쌀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약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션 와튼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는 "오포글리프론이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게임체인저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포글리프론이 더 많은 사람들이 약물을 통해 비만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또 다른 신규 치료제인 리타트루타이드는 전례없이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약물은 임상 2상에서 가장 높은 양을 투여한 그룹에서 11개월간 무려 24.2%의 체중을 줄이는 놀라운 효능을 선보였다. 기존 치료제들의 15~20%를 훨씬 뛰어넘었다. 효능 범위도 더 넓었다. 기존 약물들은 복용해도 약 10%의 환자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치료제는 모든 참가자들이 최소한 5% 이상의 몸무게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위고비의 경우 식용을 결정하는 수용체 1개, 문자로는 수용체 2개와 각각 상호작용하지만 리타트루타이드는 3개의 수용체와 상호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작용은 어떨까? 위고비와 문자로의 경우 복용 환자의 일정 숫자가 메스꺼움이나 구토 등을 호소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오포글리프론이나 리타트루타이드도 임상 2상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외튼 교수는 "처방 약물의 양을 천천히 늘려가는 방식의 기술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사실 비만치료제의 부작용 정도는 약을 팔아야 하는 제약사들과 '운동'없이 체중을 줄이는 게 목적인 복용자들이 고려하는 주요 요소다. 운동 등 다른 처방 없이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늘기 때문에 꾸준히 알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런데 만약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수요가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먹는 비만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황금알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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