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산업군 신발 섬유→반도체·전자로 이전
5월까지 신규 외국인 직접투자 28% 쑥
베트남 경기 둔화에도 글로벌 제조기업의 현지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장기적으로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고 중국을 이을 아시아의 대표 공급망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기업들이 잇따라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외신 등은 최근 중국 에너지 저장 회사 히티움(Hithium)이 베트남에 최대 9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그로와트(Growatt)도 베트남에 3억달러의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 외신은 "더 많은 중국 기업이 글로벌 수출 허브인 베트남에서 제조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반도체 기업 메이코는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을 위해 2억달러를 들여 베트남 북부 호아 빈 지역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2006년 베트남에 첫 투자를 단행한 이후 네 번째로 짓는 공장이다. 메이코는 지금까지 베트남에 5억달러를 투자했고, 7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제조산업은 세대 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1세대 산업군이었던 신발, 섬유, 봉제 산업군이 다른 나라로 이전하면서 그 빈 자리를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의료기기와 같은 기술집약 산업군이 채우고 있다.
베트남이 대만을 이어 반도체 생산의 ‘메카’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한 공급업체는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다각화할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우선 후보지로 베트남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FDI 총액은 전년보다 7% 감소했지만, 베트남의 신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올해 1~5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한 53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100만 달러 미만의 소규모 프로젝트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대형 투자는 줄었지만, 중소형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지다 보니 현지 공장과 사옥 등을 구해주는 부동산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베트남은 올해 들어 국내 기업뿐 아니라 대만과 독일, 인도 등 글로벌 기업의 베트남 오피스, 공장 등의 임대차 중개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베트남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하려는 수요가 주를 이뤘다. 이들은 취득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 준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기존 공장 매수를 선호한다.
알스퀘어베트남 관계자는 "베트남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사옥과 공장,토지 등 기업들의 공간 수요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베트남 소재 한국 기업들의 공장 매물을 관리하고 있는 알스퀘어는 베트남 산업군의 세대 교체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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